<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이 중심 (5)

멀티미디어 네트워크부라고? 고비는 전에읽었던 사토리사에 대한 기억을더듬는다. 멀티미디어 네트워크라면 가상도시도 포함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사토리시의 총 책임자가 바로 저 유키아베라는 여자라는 뜻인가? 고비는 그녀를 유심히 살펴본다. 30대 후반이나40대 초반의 매력적인 여성이다.

엷은 자주색의 실크로 된 야먀모토 정장을입고 창백한 목덜미에는 하얀 진주목걸이가 하나 걸려 있다.

그 그래픽은 가히 입이 벌어질 만하다. 진짜 미키모토 진주와 같은 수준이다.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면 그녀가 그걸 계속해서손가락으로 만진다는 것이다. 만질 때마다 그 목걸이는 물결모양으로 파도친다.

"틀림없이 고비 박사도 우리 회장님을 찾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가를알고 있을 것입니다."

와다 액션은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덧붙인다.

"유감스럽지만 고비 박사의 아드님도 지금 게임타임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상황입니다."

그 무뚝뚝해 보이던 일본인들이 한결같이 고비에게 동정적인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키씨,"

갑자기 와다 액션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린다.

"사토리시의 최근 상황을 한 번 브리핑해 주시죠."

"아시다시피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유키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한다.

"벌써 세 섹터가 시간을 넘기고 있습니다. 미국.프랑스.영국.독일.러시아.

인도 등 6개국 정부가 우리 중앙 노드에서 일할 신경 프로그래머들을 보내왔습니다. 아직까지는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그녀는 잠시 멈춘다.

"우리의 가상 인터페이스는 뚫고 들어가기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가상도시가 안정을 되찾지 않는 한, 우리는 열여덟 시간 이내에 살아 돌아오지못할 것입니다. 그때는 사용자의 삼분의 일 정도가 오메가에 들어가게 됩니다."

"오메가라구요?"

고비의 목소리가 자신도 놀랄 만큼 크게 터져나온다.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유키는 잠시 고개를 숙인다.

"오메가란 시스템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자동 부팅이 되어그 단계에 있는 모든 의식이 지워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