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곡된 통신요금 구조

올들어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맞은 시외전화사업을 놓고 한국통신과 신규사업자인 데이콤간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양사업자는 시외전화사업과 관련해식별번호.접속회선.회선 자동선택장치 등 여러 사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제까지 시외전화사업을 독점해온 한국통신으로서는 경쟁체제 도입이라는환경변화에 대해 다소 돌출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데이콤 역시 빠른 시일내 시외전화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다양한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무려 2조원에 이르는 시외전화시장인 만큼 양사업자는 경쟁체제 초기에 기선제압을 위해 치열한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의 잇단 논쟁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협화음인 셈이다.

따라서 정책 조정과 함께 양사업자간에 공정경쟁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별로 문제시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양사업자가 시외전화요금을 놓고 벌이고 있는 공방은 사안이 앞서의논란과 다르다. 통신요금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데다 기업의대외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시외전화 요금격차 논쟁을 단순히 양사업자간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선점경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통신서비스분야의 경쟁체제 구축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기간통신사업자 이용약관 신고기준"을 개정했다. 이 기준은 올해부터 사업자의시외전화요금 결정에 적용돼 데이콤의 시외전화요금은 연간 매출액이 2천억원이 넘기 전까지, 즉 시장점유율이 10%를 넘기 전까지 자율 결정하도록 했다. 또한 시장점유율이 20% 이하일 경우 주도 사업자인 한국통신과의 요금격차를 3% 이내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한국통신과 데이콤간의 요금논쟁이 표면화하기에 이르렀다. 데이콤이지난 1월 한달간 시외전화 시장점유율에서 전체판매액 기준으로 11.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콤의 시장점유율이 매출액 기준으로 11.4%에 이른다는 한국통신측의 주장에 대해 데이콤에서는 공중전화에 사용된 시외전화를 포함할 경우10% 이하로 떨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상황에서 이를 정확히 검증할 수없는 것도 문제지만 경쟁체제를 도입한 지 한달 만에 이같은 요금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문제다.

더욱이 한국통신은 현행 9%인 데이콤과의 요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외전화요금 인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오히려 한국통신의 요금인하를 제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모든 통신서비스사업이 정부의 독점체제로 일관된 상황에서는 가장보편적인 서비스인 시내전화사업의 적자를 시외전화요금 및 국제전화요금에서보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시외 및 국제 전화요금이 시내요금에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실정이었다.

이같은 요금구조에서 시외 및 국제 전화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들이최대의 수혜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동전화요금 역시 기존의 경직된 요금제도를 계속 적용하고 있는 관계로 연간 수천억원의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당초의 우려대로 통신사업에 진출한 민간 통신사업자들이 통신서비스중엄청난 이익을 내는 사업부분에만 참여함으로써 "크림스키밍효과"를 거두고있는 셈이다.

시외전화를 비롯해 국제전화.이동전화분야 등 신규통신사업에 참여하면서초기에 엄청난 이익을 내는 것은 경영합리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이같은 왜곡된 요금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처럼 경직된 요금제도는, 앞으로 통신분야의 시장개방이 본격화하고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상당한 문제점을 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민간경쟁구도에 적합한 합리적인 통신요금제도의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