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전자화폐 표준경쟁 가열

오세관기자

전자화폐(일렉트로닉 캐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자화폐의 다양한 모델들이 출현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초보적인 형태나마 이 새로운 화폐를 시험 사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전통적 의미의 화폐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전자화폐의 표준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표준 경쟁의 관건은 어느 것이 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사기 등 범죄로부터 안전한가에 달려 있다.

이는 전자화폐의 등장을 가능케 한 최대의 요인이 인터네트에서의 전자 결제의 안전 도모에 있음을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세계적인 신용카드사인 비자와 마스터사가 인터네트 전자화폐의 기술적 표준에 합의하고 올 4.4분기부터 결제 서비스에 나설 예정으로있는 등 관련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선보인 전자화폐의 모델은 플라스틱 카드에 암호화한 데이터를담은 마이크로 칩을 입힌 형태라는 점에선 비슷하다.

그러나 보안 유지를 위한 결제 시스템에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대별하면, 중앙집중식 결제형과 분산형으로 나눌 수 있다.

중앙집중식은 모든 결제 내용을 중앙에서 확인토록 한 것이고, 분산형은전자화폐의 데이터를 하나의 카드에서 다른 카드로 직접 이체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분산형이 익명성을 보장하고 현재 사용중인 화폐의 유통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집중형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양자는 모두 동전의 양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분산형은 개인의프라이버시 보호에 기여하지만 불법적인 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고 집중형은 반대로 불법 자금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산형을 지원하는 쪽은 네덜란드의 디지캐시와 유럽연합(EU)이다.

디지캐시의 데이비드 촘 사장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 않는 투자는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EU도 이에 공감, 3년 전부터첨단기술 개발 프로젝트인 에스피리의 일환으로 전자화폐 시스템개발 프로젝트인 CAFE(컨디셔널 액세스 포 유럽)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지캐시의 접근 방법을 채택한 이 프로젝트엔 디지캐시를 비롯해 독일의지멘스, 프랑스의 젬플뤼스, 영국의 카드웨어 등 13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참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은행이 전자화폐 사용자에게 코드를 부여하되 고객은 그 코드를 변경,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특별한 경우 코드 변경 과정을 추적해 전자화폐를 누가 사용했는지를 밝힐 수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자화폐를 자동판매기에서 사용하는 단계를 지나 그리스은행 등이 참가하는 단계에 이르는 등 커다란 발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자화폐가 새로운 화폐로 통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많이 있다.

우선은 새로운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비용과 고객의 혼란을줄이기 위해선 전자화폐의 표준이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관련 업체들의 제휴 등을 통해 해결돼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전자화폐 사용자들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이의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화폐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현금을 다루는 데 소요되는 경비절감을 달성하지 못하고 전자화폐시스템 구축에 소요되는 추가재원만 소모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전자화폐 채용을 꺼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객들도 이를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화폐에 대한 관심이 일게 된 배경엔 은행들이 국민총생산의 1%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운용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숨어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