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주변산업의 글로벌화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관련 세트업체들의 글로벌화에 대응, 해외생산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중에는 세계시장 개척을 위해 야심적으로 해외생산.해외마케팅의 길에도전한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수요자의 움직임에 따라 "자의반 타의 반"으로 해외로 나가야 했다. 세트업체와 동반진출하거나, 독자진출아니면 후발국가들의 공세에 밀려서 나갔든 간에 이들 부품업체가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 힘썼던 것은 생존전략이며 더 나아가서는 성장의 유일한길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반도체 장비.재료 등 주변산업에도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생산에 치중해온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생산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자가 최근 미국 오리건에 반도체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앞으로 미주지역에 월 3만장 규모의 8인치 및 12인치 웨이퍼가공 반도체공장 2개를 증설하고 유럽지역에도 미주와 같은 규모의 반도체공장 2개를 신설한다는 계획을발표했다. 삼성전자와 LG반도체도 이에 못지않은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계획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구조상 철저하게 반도체 소자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반도체장비나재료업체들에게 소자업체들의 이같은 정책변화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 반도체 주변산업은 소자산업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외국과의 합작이나협력, 또는 자체 국산화를 통해 규모가 작고 기술적 난이도가 상대적으로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제국내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대대적으로 해외 생산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판매포인트가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선 국내 소자업체들의 물량이 이제는 더 이상 국내업체들에게 유리한시장이 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장비.재료업체들이 기울인그동안의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어쨌든 소자업체들 곁에 있다는이점이 성장에 큰 힘이 돼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국내업체의 해외 반도체공장은 현지업체나 외국 유수의 주변산업체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하더라도 기업의 생리상 멀리 떨어져 있는 국내업체보다는 가까이 있으면서 꼼꼼하게 지원하는 업체를 선호하게 되리라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해외진출은 국내에서만생산할 경우에 비해 국내 시장규모를 상대적으로 줄여 주변업체들의 성장속도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과 국내 전자부품산업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결국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의 차원에서라도 국내 소자업체와연계한 동반진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타 일반 부품업체들이 그러했듯이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 국내 유력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삼성.현대.LG 등 반도체 3사의해외현지공장 건설에 대응, 연내에 미국.말레이시아 등에 현지업체와의 합작법인이나 단독법인 형태로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이같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처음 한동안은 국내업체들의 영세성과 보수성, 그리고 기술력과 경험 부족등에 따른 문제가 적지 않겠지만 적극적인 대응이 아니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각오로 반도체산업의 글로벌화에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영원한 "마이너"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소자업체나 단체.협력업체 등을 통한 해외정보의 획득과, 최소한의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연관업체간의 공동보조나 협력방안을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업체들의 마인드 변화가 선행돼야 함은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