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보드의 중심 (11)

"아버님은 꽤 유명한 기업인이셨죠. 미국과의 무역 전쟁 후 퇴임하시고는선(선)에만 열중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람은다 비슷하다고 하나 봅니다. 단지오늘날에는 서양의 지혜를 구하려고 바다를 건넌다는 것뿐이죠."

고비가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차 드시겠습니까?"

고비는 방을 둘러본다. 작은 탁자 위에 네츠케 인형이 전시된 유리 찬장이놓여 있다. 와다의 눈이 고비를 뒤따른다.

"네츠케에 관심 있으십니까?"

고비는 다른 데로 눈을 돌린다. 그것들은 죽은 네츠케다. 아니, 아직 생명이안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이브는 원래 만들 때부터들어 있다.

"아주 일부 종류만요."

고비가 답한다.

"그 정도면 일본 예술에 대해서도 꽤 조예가 깊으신 것 같군요.""그저 섬세하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는 것일 뿐입니다. 자,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할 말이 뭐죠?"

와다 액션의 눈이 흐려진다. 정말 기분이 나빴나보다. 잘됐군. 서양의 지혜가 선취점을 따는 순간이다.

와다는 눈을 뜨고 고비에게 초점을 맞춘다.

"우주정거장에서 큰일을 하나 해내신 것으로 들었는데요?""아, 카토양하고의 일말인가 보죠?"

"그렇습니다. 바로 그 일이오."

"대단한 여자였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보답하는 뜻으로 이걸 드리도록하죠."

"감사합니다."

고비는 종이 쪽지에 무언가를 쓰더니 와다에게 건넨다.

와다는 절을 하며 받아들고는 읽어보더니 이마를 찌푸린다.

"그런데 이게 뭐죠?"

"나체 정신과 의사 여자들이 있는 700번 번호입니다. 전화 한 통화면 어디든지 달려올 겁니다. 문제가 무언지 얘기만 하면 금방 해결해 주죠. 물론 살아있는 홀로그램으로요."

와다 액션은 종이를 구기더니 탁자 위에 놓는다.

"내가 기다린 건 이게 아니오. 나한테 줄 다운로드가 있지 않소?"그러더니 호주머니에서 네츠케를 하나 꺼낸다.

"자."

그가 턱으로 가리킨다.

고비는 탁자 위의 구겨진 종이를 다시 펴더니 와다에게 내밀며 다시 말한다.

"사양할 것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