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12)

와다 액션은 일어나 의자를 뒤로 밀친다. 그리고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노려본다.

"대체 왜 이렇게 비협조적인 것이오?"

"고바야시 류타로의 의식을 가져오는 건 우리 거래 내용에 없었잖소?""정말 까다로운 분이군요."

"무슨 소리요? 내 정신과 의사까지 같이 쓰자고 알려주지 않았소?"와다는돌아서더니 화가 나 방에서 나간다.

"빨리 할 일이나 하시오. 하라다를 찾아내요. 노닥거릴 시간 없는 것 알죠?"

야즈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다.

"먼저 뭘 하고 싶으십니까?"

"그 사토라는 프로그래머말입니다."

야즈의 눈이 기다린다.

"네."

"만나본 적 있습니까?"

"물론이죠."

"이 사람에 대해서 뭐 해줄 만한 얘기 없습니까?"

야즈는 잠시 생각하더니 역겹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그자는 카미카제 조쿠입니다."

"그게 뭐죠?"

"미국에서는 해커라고 부르죠?"

"아, 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사토는 카미카제 해커입니다. 아시겠어요? 그자는 무엇이든 파괴하기를좋아합니다."

"그자가 파괴하기를 좋아한다구요?"

야즈의 웃음은 차라리 조롱에 가깝다.

"그자가 오기 전만 하더라도 뉴도쿄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자가 오고나서 지진도 일어났습니다."

"그건 우연이 아닙니까?"

"우연이요?"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만 같은 이유는 아닌, 뭐 그런 것 있잖소?"야즈의표정이 어두워진다.

"아닙니다."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같은 이유입니다."

"그 사람 어떻게 생겼는지 아십니까? 뭐 사진 같은 것이라도 있습니까? 사진이라도 있으면 감을 좀 잡을텐데 말입니다."

"사진이요?"

"그렇소."

그들은 복도를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몇 층을 내려간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는 긴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고비도 따라 들어간다.

"야,"

빈 방을 둘러보며 고비가 탄성을 지른다.

"진짜 서류없는 사무실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