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16)

그렇다면 기미코는 고비에게서만 사라졌던 것일까? 어떤 면에서 그녀는 사라졌기에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처럼 지금도 어딘가 알 수 없는 곳,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을 뿐이다.

"흠."

고비는 큰소리를 내며 생각을 한다.

"네?"

"저 사진을 누가 찍었죠?"

"하라다상이오."

"어디였습니까?"

"치바시였습니다."

"하나 가져도 될까요?"

"물론이죠.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하나 빼드리겠습니다."야즈가 막대기를돌리자 본체에서 홀로그램 사진이 하나 나오고 고비는 그것을 받아든다.

기미코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거기 초밥카운터 위에. 틀림없이 초밥을 기다리는 동안 만들었을 것이다.

고비는 야즈를 올려다본다. 그 눈에 조금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희망의 빛이서려 있다.

"이제야 알 것 같군요."

"네?"

"하라다 같은 사람이 왜 사토하고 일했는지 이제야 알만 합니다. 사토의속성을 금방 알아챘을텐데도 그냥 놔둔 이유가 있었습니다."야즈는 무슨 뜻인지 직접 알아내려는 듯 사진을 살펴본다.

"사토도 아마 그래서 떠났을 겁니다."

야즈는 고개를 흔든다.

"여기 뭐 특별한 거라도 있습니까?"

고비는 거의 웃음을 터뜨린다.

"카운터 위를 보세요. 오리가미를 만들어 놓았죠? 작은 종이 동물말입니다."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야즈가 바라본다.

"이건 개구리인데요?"

"그렇소. 이건 의약 개구리라오."

"무슨 뜻인지……."

"기미코는 마야와 아즈텍 샤머니즘을 연구해서 그 의술을 자기 예술작품에합치시키려고 했었소. 의약 개구리는 아주 효력이 강해서 어떤 환경이나 사람에게서도 부정적인 힘을 없애는 데에 사용하죠."

야즈가 마침내 이해한다는 듯 눈을 감는다.

"기미코가 사토를 다시 프로그램하는 중이었다는 거죠?""그렇소."

야즈가 고개를 끄덕인다.

"기미코상은 틀림없이 미코였을 겁니다."

"미코라니, 그게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