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S(차세대 사진시스템) "홀로서기" 불안하다

심규호기자

미국 이스트먼 코닥, 일본 후지사진필름.캐논.니콘.미놀타 등 미.일 5개사가공동개발한 차세대 사진 시스템인 APS(Advanced Photo System)관련 제품품평회가 있었던 지난 2월1일 이후, APS규격 카메라와 필름이 잇따라 발표되고있다.

이들 5개사에 코니카, 교세라를 합친 총7개업체들은 늦어도 4월중순까지 APS관련 사진기와 필름을 출시한다는 계획 아래 제품개발과 시장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표된 APS관련 제품들은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PS와 관련해서는 개발 당시부터 "특별히 특기할 만한 기능이나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APS관련 업체들로서는 이 규격의 보급을 위해 겉보기만이라도 이를상쇄시킬 만한 신선한 충격을 줘야 할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발표된 제품 가운데는 특기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 규격개발 당시 APS관련업체들은 기존 35mm카메라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APS만의 기능으로 "(필름 카트리지가 작아)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점과 "(완전자동시스템임으로) 필름의 중간교환이 가능하다"는 점, 두가지를 강조했다.

APS제품은 폭35mm필름을 사용하는 기존 카메라와는 달리 폭이 3분의 1가량작은 24mm필름을 사용하며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도 전혀 없다. 필름폭이 작은 만큼 필름 카트리지를 소형화시킬 수 있어 카메라의 소형화에 획기적으로기여할 것이라는 점이 APS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였다. 게다가 호환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카메라시장의 새로운 시장창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제품 가운데 APS의 특징으로 주장해 온 "소형화"를실감케 하는 제품은 캐논의 "IXY" 1종류에 불과하다. 캐논의 "IXY"는 크기가담뱃갑 정도다. 지난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딜러대상 전시회에서는 "캐논 혼자만의 승리"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개발 당시부터 계획됐던 소형화조차 다른 업체들은 실현하지 못한 것이다.

APS의 또 하나의 특징인 "필름의 중간교환"기능도 마찬가지다. APS규격필름은 기존필름과 달리 필름의 일부가 밖으로 나와 있지 않다. 필름을 그냥카메라에 넣고 뚜껑을 닫기만 하면 필름이 자동으로 장착되는 완전자동시스템이다. APS개발업체들은 사용상태도 카트리지에 나타나는 미촬영, 촬영중,촬영완료, 현상완료 4가지 표시로 판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촬영도중에도언제든지 촬영중인 필름을 빼고 새 필름으로 갈아끼울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개발된 제품 가운데 필름의 중간교환기능을 탑재한 것은 콤팩트형 가운데에서 미놀타의 4배 줌 모델뿐이다. 결국 다른 콤팩트 카메라는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디지털기술의 결합으로 PC 및 TV 등에 화상입력이 가능하다는 점도개발당시부터 주장해온 장점의 하나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별도로 스캐너와포토프레이어 등 전용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게다가 APS관련 제품은 OEM업체들의 활약으로 각사의 디자인이 거의 비슷한실정이다. 현행 기종에서도 각사에 콤팩트형 카메라를 공급해온 GOKO와 일동광학 등 OEM업체들이 APS제품에서도 코니카, 미놀타, 후지, 교세라, 캐논등대부분의 업체에 단순초점기종 카메라를 공급하고 있다. 교세라의 경우는이번에 발표한 APS 2개기종 모두 자사 생산제품이 아니다.

게다가 카메라업체간의 상호 OEM공급도 활발하다. 코닥이 미놀타로부터,후지가 올림퍼스광학공업으로부터 각각 OEM으로 공급받는다. 또 미놀타는 후지가 개발한 APS용 TV, PC화상입력장치 "플레이 이트"를 OEM공급받아 이름만달리하여 시판한다.

콤팩트카메라뿐 아니라 1회용 카메라분야에서도 지금까지 코닥에 OEM으로공급해온 코니카가 APS규격 제품도 OEM공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카메라업체 간부는 "35mm카메라도 렌즈와 본체 등의 설계를 종합적으로바꾸는 데는 제품개발부터 시판까지 최소 3년이 걸린다. 하물며 신규격인 APS제품을 단기간에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1년 남짓의 짧은 개발기간을 원망했다. 결국 캐논 이외의 다른 업체들에게는 자기헤드와 필름의오토로딩 등 APS에 꼭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을 개발하는 것만도 벅찼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발기간보다 APS의 불투명한 시장성에 문제의 초점을두고 있다. 제품개발보다 OEM공급이 많은 이유도 시장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주장이다. 즉 업체들에게 있어 APS는 만약에 대비해 참여하지 않을 수 없고적극 투자하자니 뭔가 개운치 못한 그런 사업이라는 것이다.

보급형 디지털카메라의 공세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APS사업이본격화하는 오는 4월까지도 현재 발표된 제품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APS는관련업체들이 주장하는 전체 카메라시장의 30% 확보는커녕 소비자들 사이에새로운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조차도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