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정된 소비자피해 보상기준

정부가 TV.VCR.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부품보유기간을 명시한 소비자피해보상기준 개정안을 확정해 4월부터 시행한다.

이 개정안은 소비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업종별로 피해유형과 보상기준을새로 마련하고 기존 조항을 일부 보완한 것이지만 주로 가전제품이 그 대상이다.

이에 따라 주요 가전업체들은 제품별로 5년에서 8년까지 부품을 보유하고만약 개정안에서 명시한 기간 동안 단종한 제품의 부품을 보유하지 못해 고장이 났을 때 수리가 불가능하면 그 제품의 잔존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정부가 이같이 가전제품의 부품보유기간을 명시한 것은 전자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는 바람에 제조업체들이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새제품을 내놓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구입한 전자제품이 고장나거나 기능결함이 생겼을 때 부품만있으면 수리해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품이 없어 다른 제품을 사야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고 이로 인한 분쟁도 있었다.

정부가 4월부터 시행할 개정안에 따르면 보일러와 TV.VCR.냉장고.전자레인지.에어컨.세탁기.전기청소기.비디오카메라.전기난로.유선 및 무선전화기.컴퓨터.팩시밀리.주스믹서.전기보온밥통.밥솥.압력솥.정수기.복사기 등 전자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전자업체의 경우 품질보증기간이 현재는 대부분 1년으로 돼있으나 4월부터는 2년으로 늘어나 사후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또 TV.VCR.전자레인지의 경우 현행은 부품보유기간을 명시해 놓지 않았으나앞으로는 제품을 단종해도 제조업체는 8년간 부품을 보유해야 한다.

VCR와 에어컨은 7년간, 세탁기와 전기청소기는 6년 동안 부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만약 제조업체가 명시한 기간 동안 수리용으로 부품을 보유하지않아 소비자들이 구입한 제품을 고치지 못할 경우 제조업체는 보상기준에 따라소비자에게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전자제품 부품보유기간 의무화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소비자와 제조업체간 소모적인 분쟁을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 품질보증기간과 부품보유기간을 지금보다 크게 늘림으로써 제조업체들이 품질향상에 주력해 현재보다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이같은 긍정적인 성과와 함께 부품을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경영부담을 안아야 할 형편이다.

현재 TV.냉장고.에어컨 등 대형 제품을 제외한 전기난로.밥솥.주스믹서 등소형 가전제품은 거의 중소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외산제품의수입이 늘어나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다. 더욱이 일부제품은 대형 전자업체들이 중소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제품을공급받아 자사 브랜드로 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소형제품의 경우 가전3사조차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해 내심사업품목조정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스보일러의 경우 이미 사업포기를 결정한 대기업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한 제품의 부품을 최고 8년까지 보유하고 만약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배상까지 해야 한다면 제조업체들은 상당한 경영압박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면 중소기업들이 이제까지 생산하던 전자제품의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자업체들은 부품보유기간 의무화에 따라 예상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도출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요즘 외국 전자업체들의 한국시장 진출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러나 시장경쟁의 요체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인 만큼 어려움을 전화위복의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과 함께 사후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국산제품이 국내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