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성기자
영상매체의 홍수가 밀려오면서 폭력·선정적인 장면·내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북미지역에서는 가정으로부터 폭력·음란성등의 불건전한 영상을 제거하려는 기술 및 제도적 조치가 구체화되고 있다.
어린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영상을 수신했을 때 이것이 TV화면에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가정에 보급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V칩(violence chip)」이라고 불리는 LSI이다. 미국에서는 자국시장에서판매하는 TV수상기에 V칩을 탑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지난 2월 대통령이 통신개혁법을 승인함으로써 미국에서 판매되는 13인치형이상의 모든 TV수상기에는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영상을 차단하는기능을 탑재하도록 되어 있다. 아직 시행시기는 미정이다.
현재 미국의 V칩개발은 전자업계와 FCC(美연방통신위원회)가 사양등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보다 주목되는 것은 인접국 캐나다에서의 움직임이다. 이미 캐나다에서는 V칩을 채용한 방송의 현장실험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는 쇼 커뮤니케이션즈와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즈. 이들 두 회사는 사이먼 프레이저대학의 팀 콜링즈교수와 공동으로V칩을 장착한 세트톱박스를 개발, 이번 실험에 사용하고 있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 2월 중순부터 3번째 현장실험에 들어갔다. 토론토·오타와·캘거리·뱅쿠버·빅토리아등 5개도시 약 2백세대를 대상으로 하는이 실험은 12개채널을 이용해 3개월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실험은 각 방송국의 시스템간 호환성과 방송스케쥴및 각 채널에서 기준을 설정할 때의 일관성등 7개 항목을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
프로그램내용의 정도를 나타내는 등급은 캐나다 CMPDA(Canadian Motion Picture Distributors Association)와 CAB(Canadian Association of Broadcasters)의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해서 분류한다. 이에 따라 우선 1)연령구분, 2)폭력성, 3)저속언어, 4)음란성등 4개의 항목으로 분류하고 나서 각 항목의심도를 나타내는 수준에 따라서 6단계의 등급을 설정한다.(표참조) 프로그램제공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결정된 등급정보를 영상신호로 다중화, 시청자에게 송신한다. 시청자는 등급의 수준을 미리 수신장치에 설정해 둔다.
등급은 각 항목에 대해 설정한다.
영상신호로 다중화한 등급정보에 부여되는 수준이 시청자가 설정한 등급수준을 넘어서면 영상이 바뀐다. 이 때 화면상에는 수신하고 있는 영상을 대신해 각 항목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의 등급정보가 표시된다.
이번 실험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은 「View-Level Content Advisory System」이라고 부른다. 시스템의 핵심인 「View Control」이라는 회로는 영상신화에 다중화된 등급정보를 해독해 화면상의 영상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V칩은이 회로 안에 탑재된다.
등급정보는 문자다중방송(클로즈트 캡션)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21번째의주사선(21라인)에 다중화한다. 이와 관련 콜링즈교수는 등급정보의 데이터형식은 『클로즈트 캡션정보의 데이터형식과 매우 닮은 형식으로 사용한다』고말한다.
이후 영상신호에 다중화된 등급정보를 디코더로 해독해 V칩에 입력한다. V칩은 이 정보를 미리 시청자가 설정한 등급의 수준을 비교한다.
등급정보는 영상신호에 3초마다 다중화해 송신한다. 이 때문에 시청자가보고있는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꿔도 새로운 프로그램의 영상신호에 다중화된 등급정보를 읽어내 곧 바로 영상을 점검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폭력·음란성 영상을 걸러내 주는 V칩은 북미를 중심으로 올 연말경 부터 보급이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캐나다의 라디오·TV통신위원회(CRTC)는 TV방송에 V칩을 채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케이블TV방송업체들에 대해 이에 적합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송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케이블TV업체들도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이를 실시할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또 미국의 경우도 내년 1월부터 TV방송에 V칩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또 가격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V칩의 가격은 약 1달러정도에 불과해 방송계만 찬성하면 곧바로 실용화에 들어가도 별 무리가 없는 상태이다. 이미 북미·일본·한국등의 가전업체와 세트톱박스 관련업체들이 공동으로 개발을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