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23)

『대화식 초밥이 뭐라구 그랬죠?』

고비가 야즈에게 묻는다.

『아, 그건 이집 특별식이랍니다. 우리가 생선을 먹으면 생선이 우리를 먹는거죠.』

『네?』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아마가 묻는다.

『처음 드시는 거라서요.』

야즈가 설명한다.

『아, 그러세요?』

그녀는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제가 절차를 좀 설명해 드릴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제가 하도록 하죠.』

야즈는 주방장에게 고개를 돌린다.

『시작은 참치로 할까요? 그 다음에는 해삼, 고등어, 장어쯤으로 하죠. 오늘 특별 메뉴는 뭡니까?』

『성게입니다.』

『아, 잘 됐군요. 그것도 좀 주세요. 더운 정종하고요.』『알았습니다.』

주문한 것을 준비하느라 물러나며 주방장이 절을 한다.

『야즈씨, 난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는데, 이거 일반 초밥집하고는 전혀다른가 보죠?』

『치바시에는 하나도 일반적인 게 없습니다.』

야즈가 답한다.

『어쨌든 질문에 답해드리자면 이건 윤회적 요리입니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니 놀랍군요. 여기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저녁만을 먹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교환합니다. 먹고 있는 음식의 최상의 에센스를 받아들이는거죠.』

야즈는 간장에 와사비를 섞는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속에 음식의 살아있는 에센스를 받아들이기로 동의함으로써 생선은 자신의 다음 진화 단계에서 우리의 진화 경로를 받아들이는거죠.』

『아, 그래요? 그럼 젓가락에 붙은 센서는 또 뭐죠?』젓가락에 붙은 센서 같은 게 반짝거리는 것을 보며 고비가 묻는다.

『생선의 에센스를 측정하는 거요?』

『아, 그거요?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장식일 뿐이예요.』『대만에서 아주 싸게 들여왔거든요.』

뜨거운 김이 나는 정종과 작은 컵들을 가져오며 아마가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소매를 잡고는 한 잔씩 부어준다.

『음.』

불 같은 술이 몸 속으로 들어가는 걸 느끼며 고비가 음미하는 듯한 소리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