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24)

『잠깐,』

고비가 입을 연다.

『내가 이 생선을 먹으면 결국 참치나 해삼, 고등어, 그리고 장어의 업보가 내 몸 속으로 들어온다는 거요?』

『농어도 빼놓으시면 안됩니다.』

고비가 놀란다.

『괜찮아요. 이거 다 경비처리될 거니까요.』

야즈가 웃는다.

『이거 계산하는 건 또 사토리사의 업보 아니겠습니까? 자, 건배!』『사람이 별로 없군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성게를 먹은 후, 고비가 입을 연다.

『네, 오늘 좀 한가하네요.』

야즈도 동의한다.

『장어 맛 어떠세요?』

『좀 침울한 편이군요. 그런데 우리 그 사진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오?』

『아, 그렇군요. 아저씨!』

주방장이 다가온다.

『네?』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주방장은 이마에 맨 사이보그를 더 조이고는 행주로 카운터를 닦는다. 타는 듯한 눈매가 매섭다.

야즈가 주방장에게 사진을 보여준다.

『혹시 이 사람들 아십니까? 여기 자주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그래요……?』

머리를 긁적거리며 주방장이 말한다.

『글세요…… 여기 오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요.』

그리고는 카운터 끝에 앉아 있던 해커를 부른다.

『마모씨, 혹시 이 분들 아십니까?』

은빛 챙을 쓰고 있던 그 자다. 술잔에서 얼굴을 드는데 보니 벌써 많이 달아올라 있다. 구겨진 코트에 때낀 빨강색 실크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다.

『뭘 알고 싶다구요?』

사진을 살펴보며 마모가 묻는다.

『이건 사토리 홀로그램 다이어리에서 프린트한 건데 단춧구멍 렌즈로 찍은 겁니다. 일지에 넣을 목적이었겠죠. 코드를 아는 걸 보니 어떻게 이걸 손에 넣었는 지는 안 물어봐도 되겠군요.』

그는 조금 더 살펴본다.

『중간에 데이터가 좀 날라가긴 했어도 상태가 꽤 좋은 편이네요.』사진을 주방장에게 돌려주며 미소를 짓는데 이를 거의 잠식한 자주색 잇몸이 드러난다. 그리곤 야즈에게 묻는다.

『이거 내가 청소해 줄까요? 여기 이것 때문에 온 거요? 운이 좋으시구려.

그 분야의 일인자를 만났으니. 홀로그램 의사 마모. 거기서 음향도 뽑아낼수 있을거요.』

그리고는 의미있는 눈길을 보낸다.

『원한다면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