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뉴미디어시대의 유해환경

디지털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인터네트를 포함한 온라인서비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뉴미디어시대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출현에 따른 방송의 다채널화는 물론 CD롬,인터네트 등의 새로운 미디어가 가공할만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정보와 함께 영상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영상물의 홍수속에 밀려들어 오는 음란`폭력물과 같은 불건전한 정보는 건전한 사회 윤리와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칠 우려가 있어 이를 적절히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정보화사회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역기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현상을 그대로 방관할 수는없을 것이다.

현재 국내 음란물규제는 영화`비디오`음반`인쇄매체 등 기존 미디어에 대해서만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며 범람하고 있는 각종 뉴미디어를 효과적으로 규제할수 있는 기준이나 제도는 없는 실정이다.

최근 歐美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는 뉴미디어시대에 대두되고 있는 이같은 문제에 대응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미국이 지난 2월초 인터네트를 통한 음란`폭력물유포를 금지시키는이른바 「통신품위법」을 포함하는 통신법을 개정한데 이어 자국내에서 판매하는 13인치 이상급의 모든 TV수상기에 대해 V칩의 채용을 의무화했고 영국도 이의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은 작년 12월 미국 온라인서비스업체의 음란`폭력내용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프랑스정부는 유럽연합(EU)에 대해 범유럽차원에서 인터네트를 통한 음란`폭력물을 포함한 불건전정보를 규제하는 법규를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캐나다는 케이블TV방송에 V칩을 채용하기로 하고 이미 토론토`오타와등 5개 주요도시에서 2백여가구를 대상으로 시험서비스에 들어갔으며 빠르면 오는 9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폭력을 의미하는 violence의 두문자를 딴 V칩은 미성년자들의 정서를 해칠정도의 음란`폭력성 영상을 등급별로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LSI(고밀도 집적회로)를 말하는 것으로 歐美각국은 이를 통해 불건전 영상물을 어느정도는 여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뉴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는 것은 비단 歐美국가들뿐이 아니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인터네트의 급격한 보급확대에 따라 청소년들이 음란`폭력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그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자료접근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보화를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는 반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는 인터네트의 내용을 행정적으로규제하기로 방침을 정한 반면 호주는 이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국민 스스로가 자제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歐美나 동남아국가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상공은 각국 위성방송의 각축장이 되어 가고있어 우리 사회구석구석에는 외국의 저속하고 불건전한 영상이 여과없이 침투하게 될 것이다.

이제 현행제도로는 날로 폭증하는 영상물을 심의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있다. 기존의 미디어를 심의하는 기준과 방법으로는 이에 적절히 대처할 수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뉴미디어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규제방안이 시급히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뉴미디어시대에 어떻게 제도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