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학교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세계적인 컴퓨터통신망인 인터네트는 정보전달체계와 커뮤니케이션 행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갖가지 첨단서비스를현시화하고 있다.

인터네트를 통하면 거대한 가상공간(사이버 스페이스)에 구청·은행·학교·도시관·영화관·백화점 등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을 세울 수 있고 누구라도 공간여행이 가능, 현대판 「걸리버 여행기의 小人」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00년대엔 모든 기간산업이 인터네트 영향권에 든다」는 제임스 클라크 네트스케이프社 회장의 말이 실감을 더해가는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펼쳐지고 있는 「인터네트운동」은 對국민 정보화 마인드확산, 컴퓨터교육에 대한 인식제고, 인터네트를 통한 세계화 가속 등의 긍정적인 일면에도 불구하고 인터네트가 마치 학교정보화의 대명사처럼 구호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학교 정보화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그 다음은 다 어그러지게 마련이다. 인터네트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유명세만큼 실속이 없는 데다우리의 열악한 교육환경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맨하임(K.Mannheim)은 전근대적 생활방식과 현대문명이공존하는 현대사회의 기형적 현상을 가리켜 「非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혼재」라는 표현을 썼지만 「19세기의 학교시설 안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우리는 우선 인프라가 취약하다. 인터네트는 분위기 조성만으로는 성과를거둘 수 없다. 지난 몇 해 동안 각급 학교에 보급된 대부분의 PC가 인터네트를 접속하고 활용하기에는 이미 노후화한 데다 인터네트를 지도할 교사의 수도 크게 부족한 상태다. 전화시설도 한 학교당 3, 4회선으로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육 데이터베이스(DB)도 하루 빨리 갖추어야 할 학교 정보화의필요조건이다.

다음으로 사회·문화적인 역기능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네트의 가상공간도아이들의 위험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 옐로산업을 비롯한 저질문화가 인터네트에 스며들어 어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데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인터네트의 특성상 더욱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음란·폭력물 등 불건전한 인터네트 사이트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우주항공·통신·컴퓨터 안전장치 전문가인 클리포드 스톨은 그의新作 「허풍떠는 인터네트」를 통해 「인터네트가 만들어 낸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경고한다. 인터네트의 역기능적인 측면을 외면한 채 찬사와 기대로만 부풀려져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가정보화 10대 과제 중의 하나로「열린 학교」실현을 위한 청사진이 포함돼 있다. 오는 2000년까지 초고속국가망으로 모든 학교를 연결, 원격교육이 가능한 인터네트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열린 교육의 골자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를 주축으로 학교와 학부모, 관련학계와 업계가 공동으로 학교정보화 협의체를 구성,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시설기반을 갖추고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기 위한 일정한 추진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州정부와 학교, 지역내 컴퓨터 전문가와 학부모, 컴퓨터관련 기업들을 주축으로 해 지난 3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치러진 「네트데이 96」행사는 우리의 학교정보화 모델로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작금의 인터네트 열기가 일과성 거품에 그친다면 국가적인 낭비가 아닐 수없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정보화에서 다른 나라에 앞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정보화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위해서는 정부·언론계·학계·학부모 등 각 주체들의 책임있는 선택과 실행이 참으로 중요하다. 〈본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