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29)

『백색 전구같은데…. 렌즈에 비칠 만큼 가까이 있는 게 일종의 보석 같기도 하구요.』 『잘 모르겠는데요?』

마모는 튜너를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자, 선명도가 좋아지는군요. 이제 얼굴이 보이죠?』 『어디요?』 『카운터의 유리요.』

더 가까이 가자 초밥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찍은 남자의 얼굴이 반사되어 나타난다.

『아니,』 갑자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마모가 묻는다.

『저 사람 어디서 본 사람인데?』 『모르는 사람일 겁니다.』 야즈가 답한다.

『맞다. 그 사토리 사람, 카즈오 하라다잖소? 여긴 바로 아마식당이구! 이사람이 여기 치바시에 왔었다구요?』 『이 상태에서 음향을 낼 수 있다고 했죠?』 야즈가 마모에게 환기시킨다.

『그렇게 서두르지 맙시다, 우리. 저 사람이 카즈오 하라다면 돈 좀 들겠는데요?』 『일이나 하십시오!』 야즈가 명한다.

『다 됐어요. 이것 좀 봅시다.』 마모가 음향을 맞추자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나온다. 온 방이 울린다.

『휴! 미안하게 됐습니다. 이건 그 사람 볼륨 컨트롤 프로그램이라 자기귀에도 들릴 만큼 소리를 크게 틀어놓았던 것같군요.』 『소리를 줄일 수도있소?』 『물론이죠. 자, 진짜는 아니지만 거의 진짜에 가까운 겁니다.』

마모는 음향조절기를 들더니 화면을 향한다.

『이건 나만의 특수 메스입니다. 음향에서 오래 된 상처를 없애주죠. 이거없이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죠. 한번 들어보세요.』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라다상입니다.』 야즈가 고비에게 속삭인다. 하라다가 다른 사람에게하는 말이 들린다.

『사토, 왜 그렇게 우울한 거야? 우린 오늘 축하하러 온 것 아닌가? 기운좀 내라구, 응? 이건 명령일세.』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스피커를 메우자마모는 잠시 음향필터를 조작하더니 다시 작동시킨다. 초밥 카운터 가장자리에 있던 젊은 남자가 입을 연다.

『선생님, 바이러스의 본질을 바꾸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도 해봤지만, 아무리 뛰어나신 선생님도….』 『그런 소리 말게, 사토군. 해독제만 찾아내면될 걸세.』 바로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