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30)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파도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자 야즈가 이상한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에서 누가 오기로 되어 있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지 알 거예요.」

야즈가 고비에게 말한다.

『이건 미코 말소리죠? 박사님이 아는 여자분 말입니다. 그분 성함이 뭐였죠?」

『기미코요.」

고비가 답한다.

『그래요. 이름이 기미코라오….」

갑자기 전자경보기가 온 아파트에 울린다. 세 사람 다 깜짝 놀라 자리에서일어난다.

『이게 무슨 소리요?」

야즈가 묻는다.

『이런, 제기.」

마모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문앞이 나오는 화면을 켠다.

『가뭄에 비가 오면 쏟아진다더니 웬 손님이 갑자기 이렇게 몰리는지 모르겠군. 인터폰 고장내기 전에 문 먼저 열어줘야 할 것 같군요.」

『잠깐만요.」

야즈가 화면을 들여다보며 마모를 저지한다.

『아는 사람들이십니까?」

마모가 묻는다.

야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비를 바라본다.

『여기 오는 길에 만났던 그 자식들입니다. 떨쳐낸 줄 알았는데….」고비도 화면을 들여다본다.

『제기랄.」

상고머리를 한 남자 셋이 문앞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바라쿠다로 파트너와 함께 쫓아왔던 남자와 근육질의 몸집 큰 남자들 둘이다. 문에 달린 구멍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얼굴 모습 하나하나가 마마자국까지 세세하게 보인다.

『당장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박사님.」

셋 중의 하나는 경보시스템 위로 막대기같이 생긴 스캐너를 왔다갔다 하며바코드를 분석하고 있다. 다른 두 명은 아예 문을 부수려는 듯 어깨로 밀고있다.

야즈는 마모에게 뉴엔 칩을 건네며 말한다.

『여러가지로 고마웠소. 이만 사진을 돌려주겠소?」마모는 흘낏 돈을 쳐다보더니 계속 사진을 들고 있다.

『다른 문까지 열려면 이것으로 안될 것 같은데요?」야즈가 칩 하나를 더 건넨다.

『고맙수다.」

야즈는 사진을 손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