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여자가 소리친다.
『죄송합니다. 우린 지금 나가는 길인데 문이 저쪽이죠?』어쩔 줄 모르고 사과하는 고비의 발에는 아직도 케이블이 이리저리 엉켜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다. 고비의 발치에서 생긴 갑작스러운 전기에 이끌려 화면 속에서 교미중이던 원숭이 하나가 에로토라마에서 튀어나온다.
『치치치치….』
방을 건너 고비의 왼쪽 귀에 달라붙는데 부딪치는 이가 소리를 낸다. 원숭이는 힘센 핑코이드 손가락으로 고비의 목에 달라붙는다. 머리와 성교하려고하는 원숭이의 젖은 입이 고비의 얼굴 옆에서 계속 소리를 낸다.
『야, 저리 가지 못해!』
고비가 소리지른다.
야즈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문앞에 서 있다. 단전된 핑크와 갈색 에로틱 에너지가 불꽃을 내며 원숭이가 튀어오르는 것을 그도 보았다.
계단으로 올라오는 무거운 발소리가 들린다. 몇 초 후면 여길 들어올 텐데이걸 어쩐다?
『서두르십시오!』
야즈가 고비를 재촉한다. 비상구 계단을 한번에 둘씩 뛰어내리는 동안에도원숭이는 내내 고비의 목에 달라붙어 있다.
땅에 내려오니 그들 앞에서 흙이 분출하기 시작한다. 위를 올려다보니 야쿠자 하나가 계단 꼭대기에 서서 그들을 향해 레이저총을 겨누고 있다.
고비의 어깨에 붙어 있는 원숭이는 이제 절망적이다. 현실의 세계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 나온 것을 깨달은 것이다. 750줄 정도의 바이오코드인 잔여 프로그램이 새로운 전원에 달라붙는 악마적 에너지로 모이기 시작한다.
불행히도 그 전원이 고비의 왼쪽 귀밑 어딘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저쪽으로 가시죠!』
두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을 가리키며 야즈가 외친다.
아까 그 야쿠자는 이제 계단의 반 정도를 내려와 다시 한번 레이저총을 겨누고 있다.
그때 고비에게 갑자기 명안이 떠오른다. 그는 원숭이의 발목을 잡아, 온힘을 다해 야쿠자에게 내던진다. 날아다니는 원숭이는 기겁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원숭이는 야쿠자의 얼굴에 붙어 있다. 마른 몸체를 목에 감고 날카로운 손가락은 눈을 파들어가고 있다.
『아아!』
야쿠자는 이 악마 같은 놈을 눈에서 떼어내느라 펄쩍펄쩍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