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BC-팩텔 전격 합병 의미

미국의 지역벨社인 SBC 커뮤니케이션스와 퍼시픽 텔레시스 그룹(팩텔)이지난 1일 합병을 선언했다. 이로써 미국 통신업계에는 자산규모 5백억달러,연간 매출 2백억달러의 거대 통신업체가 등장하게 됐다.

SBC 커뮤니케이션스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게 될 합병업체는 규모면에서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미국 통신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 합병업체는 자산규모 1천억달러인 AT&T에 이은 제2위 업체로 떠오르게됐다.

이는 지난 9월 통신장비 및 컴퓨터부문을 분리 독립시킨 AT&T나 휴대전화부문을 분리한 스프린트 등 대부분의 동종업체들이 체구를 줄여가는 추세를거스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덩치 불리기를 지역벨社들이 현재의 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에 가장 적절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가는 과정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의 합병은 서로의 사업지역과 영역을 절묘하게 보완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텍사스·미주리·캔자스 등 미국 남서부지역에서 전화사업을 전개해온 SBC는 지역전화업체들 가운데서도 휴대전화부문에 특히주력하면서 지난 3년동안 두자릿수 성장을 계속하는 등 견실한 경영을 해왔다. 또한 캘리포니아와 네바다州에서 서비스해온 팩텔은 성장은 빠르지 않을지라도 개인 휴대통신서비스(PCS)부문을 비롯한 디지털 무선네트워크 구축에열의를 보여왔다. 그런 만큼 양사의 합병이 디지털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번 합병으로 SBC는 무선 통신부문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팩텔이 보유하고 있던 캘리포니아지역 PCS라이선스를 확보, 미국내 전지역으로 서비스범위를 확대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시장에서도 단숨에 3백7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면서 AT&T에 이은 미국 2위의 휴대전화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최근들어 이들은 인터네트접속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합병 이전부터 인터네트시장에 진출할 의사를 표명한 바 있는 양사가 합병으로확보하게 된, 미국내 7개州에 걸친 3천만명 전화서비스 가입자들을 기반으로인터네트시장에 진출할 경우 이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한마디로 합병후 SBC는 패키지 통신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합병은 미국내 독점금지법에 위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美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비롯한 행정당국이 이들의 현재 전화사업 지역이 완전한 경쟁을 보장하고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올해안에 합병에 관한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편 통신업계에서는 이들의 합병이 미국 지역전화업계 인수·합병(M&A)의시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더 많은 M&A의 예고라는 것이다. 벨 애틀랜틱과 나이넥스의 합병 협상에도 영향을 미쳐 협상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새 연방통신법의 발효에 따른 규제완화뿐만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의 발전 또한 업체들의 제휴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좋지않은 통신업체들의 제휴와 합병이 계속되면서 시장은 새 통신법 발효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가장 좋은 합병상대로 US웨스트와 벨사우스를 꼽고있다. 이들은 사업영역이나 사업부문면에서 볼 때 SBC-팩텔에 버금가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지적이다. 현재로서는 84년 7개로 출발한 지역벨社들이 금세기안에 몇 개가 남을지 추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연방통신법은 통신업계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아직까지는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법이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말처럼 연방통신법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경쟁환경을조성해 기업들이 서비스혁신과 고객만족도 향상에 기여하면서 경제적 경영을가능케 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미국 통신시장이「적자생존」이라는 법칙에 길들여질 것이라는 것과 SBC와 팩텔의 합병이 그시작이라는 데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