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전기통신 회사인 「이탈텔」이 러시아에서 괄목할만한 실적을거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내로라 하는 대형 통신기업들 틈에서 지난 2년동안 이 회사가 올린 매출은 무려 2억 달러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역에서 60만가입자를 이미 확보해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2억 달러의 수익을 더 올릴 예정이다. 이탈텔의 살바도르 란디 회장은 이런 성공에 힘입어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 모스크바 통신 및 정보기술 대학 안에 이탈텔 교육센터를 열기도했다.
이탈텔의 성공비결은 한 마디로 「유연한 판매정책」 때문으로 분석되고있다. 먼저 다른 외국 기업들처럼 자사의 우수한 첨단기술만 자랑하는 게 아니라 수동식에서부터 전자식 교환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통신설비가얽혀 있는 러시아의 「특별한 실정」에 철저하게 맞추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본적인 통신설비가 부족한 지방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교환장비를판매하고, 대도시에는 최신 통신장비를 설치해주는 식이다. 두번째의 성공비결은 모스크바나 패테드부르크에만 매달려 있지 않고 지방의 시장변화에신속하게 대응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판매조직을 간소화해서 의사결정 단계를 대폭 줄이고 지방 시장의 동태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한 것이 주효했다는평가다.
성공에 이른 또하나의 열쇠는 대금 결제를 미루지 않고 제때에 하는 「큰손」을 고객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이탈텔의 대표적인 「물주」는 서부 시베리아의 유전회사들이다. 기름회사들은 현금이 풍부해서 대금을 미루거나 지불 기한을 넘기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석유 공단이 몰려 있는 시베리아의 투멘市에서 이탈텔은 이동 통신사업과 소규모 교환기 판매로 아성을 굳힌 지 오래다. 이와 함께 서유럽이 가까운 칼리닌그라드 지방과 주민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으로 전화화 사업을 서두르고 있는 카렐리아 및 사마라 지방에서도 이탈텔은 재벌 통신회사들을 누르고 선전하고 있다. 지역 통신업자들에게 지역 은행의 지불보증서를 받아오면 2년 내지 3년의 기한으로 대금지불을 분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또다른 비결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유연성과 병행해 이탈텔은 러시아 시장만을 고려한 새로운 제품도 줄기차게 내놓고 있다. 도시 전화국과 근거리 통신망을 합친 CCW라는 신제품은재래식의 가입전화와 이동전화를 동시에 지원하고 전화선을 반드시 필요로하지 않아서 지리적으로 통신 사정이 다른 지역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의 야쿠티아와 사라톱스크 지방이 이 시스템에 관심을 보여 이미 2천만 달러 상당의 계약이 맺어진 상태다. 오는 6월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이탈텔측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탈텔은 러시아 시장에 보다 근원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공영「러시아 텔레콤」이나 현지의 민영 통신 회사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데에도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 텔레콤」의 주식을 수천만 달러를 사들였다는소문이고, 투멘 지방의 현지 통신회사 「에르막」과 「케드르」 주식도 각각10%를 확보했다고 들린다. 이탈텔의 살바도르 탄디 회장은 『앞으로는 러시아 정부 소유의 전자통신 관련 기업들의 사유화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에도 자사가 수출하는 전체 통신장비의 25%를 러시아에서 소화하고 있지만 세계의 어느 다른 시장보다도 이곳이 가장 전망이 밝다는 게 탄디 회장의 견해다.
<모스크바 김종헌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