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36)

방글라데시 인이 나쁜 카르마를 조금 더 불 속으로 집어넣는 동안 아까의그 튜브식 오버코트를 입은 남자는 계속해서 그들을 관찰하고 있다.

그의 은빛 얼굴에 카르마 불길이 반사된다.

야즈와 고비는 무법자들의 주거지를 돌아, 길게 늘어선 또 다른 아파트단지 사이를 지난다. 둘은 식당 가까이에 세워둔 자기부상 오토바이를 찾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다.

마침내 아직도 같은 자리에 서 있는 토모가 보인다.

『어떻습니까?』

야즈가 고비에게 묻는다. 고비가 그의 기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또 미코가고비에 대해 한 얘기도 들은 터이다.

고비는 감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철벽같이 두터운 안개에 부딪친다. 그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잘 모르겠군요. 정전기가 너무 많아서요.』

네온의 파도가 골목길 위에 버티고 선 거대한 빌보드에 부딪치고 있다. 몇블록 떨어진 곳의 백화점 옥상에서는 실물 크기의 튜브식 갓질라가 경쟁사맥주를 짓밟으며 기린-버드 맥주를 선전하고 있다.

비행선들이 퇴근길의 시민들을 싣고 아래 거리를 비추며 고층건물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창문 사이로 모자를 깊게 뒤집어쓰고 남자들은 흰색 마스크를, 여자들은 핑크색과 초록색 마스크를 쓴 모습이 보인다.

『위험을 무릅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야즈는 가방에서 플루트를 꺼내더니 코드가 입력된 음조를 분다.

토모가 다시 살아난다. 상하지 않은 쪽의 터보 엔진이 켜지고 머리가 덜컹하며 움직인다. 자기부상 말이 이빨에 재갈을 문 채 그들 쪽으로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안녕.』

야즈는 출발준비를 끝내고 명령만을 기다리며 서 있는 토모에게 말을 건다.

레이저빔이 그들에게 날아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검정색 바라쿠다 한 대가 골목 어귀로부터 다가온다. 또 다른 한 대가 뒤에서 다가오고 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빛의 폭발에 얼어붙는다.

그러나 곧 야즈가 토모의 안장에 앉고 고비도 뒤따라 사이드카에 앉는다.

토모는 두 대의 바라쿠다가 조여드는 사이, 허공을 향해 날 준비를 한다.

그때 검정색 스즈키 헬리콥터가 좁은 골목길 위에 나타난다. 그들은 이제꼼짝없이 당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