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를 몇달 앞두고 벌써부터 여름 전력사정을 걱정하는 우려의소리가 높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수급으로 인한 진통이 올해에는 어느 해보다도 심할 것으로 전망돼 관련부처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보도다.
지난해의 경우 전력공급 예비율 2.5%라는 극한 상황을 맞으면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겼지만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욱 나빠 그동안 설마로끝난 제한 송전소동이 현실로 나타나리라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상산업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공급은 3천2백만㎾ 수준이다. 반면 산업활동이 지난해보다 다소 주춤해지는 등의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올 여름 최대수요는 약 3천3백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상 고온이 찾아올 경우 최대전력 수요는 3천4백만㎾에까지 달할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현재 건설을 서두르고 있는 9개의 발전소가 차질없이 완공되더라도 금년 7~8월의 전력공급능력은 3천4백52만㎾에 불과해 성수기인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0.8%까지 낮아지리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9개의 발전소중 1개라도 차질이 있을 경우 예비율이 0%이하로 떨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에어컨 등 냉방기의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80만~1백만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사정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5년 전력공급 예비율 2.5%, 94년 2.8% 등 91년 이후 해마다 한자리수의예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력공급 예비율은 최대 전력공급 능력에서 사용량을 뺀 최대수치를 공급능력으로 나눈 것으로 우리의 적정 예비율은 12%이다.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와 미국 등 선진국들은 적정 예비율을 15%로 책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자리수의 전력공급 예비율은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전력공급 예비율이 8%선으로 떨어져 해당 부처국장이사임하는 일까지 있었다. 해마다 5% 미만의 전력공급 예비율을 겪고 있는 우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다.
연례행사처럼 치루는 전력소동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데는 분명한이유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최근 발표자료는 국내의 전력소동은 정부의 전력수요에 대한 장기예측이 빗나간 결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91~94년의 경우 연평균 전력수요증가율을 12.2%로 예측했으나 반면 실제 증가율은16.7%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결과 공급전력에 대한 수요도 차질을 빚게 됐으며 발전소 건설 등 대책도 현실과 거리가 멀게 잡혀진 것이다. 전력공급의 유일한 수단인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평균 5.7년이 소요된다는 점을감안할 때 당분간 전력수급으로 인한 어려움은 계속되리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전력수급으로 인한 진통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정부의 에너지정책이다. 우리의 원유 도입량은 하루에 1백67만배럴, 연간 6억배럴에 달하고 있으며 LNG 등을 합하면 연간 에너지 수입액은 1백53억달러 규모다. 총수요의96.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해결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일이며 소비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마련한 장기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정부의 에너지정책이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한전은 2010년까지총 1백22기의 발전소를 건설, 5천7백만㎾의 발전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중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LNG화력의 설비 구성비를 당초 17.6%에서 27.7%로 확대하는 반면 석탄화력 구성비는 29.8%에서 27.3%로 낮추기로 했으며 이에따라 원자력발전 구성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입지선정에 어려움이 있고 석탄화력 발전소는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LNG화력발전소의 비중을 높게 잡은 것은 현실적으로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안정적인 전력수급은 정부당국의 책임만은 아니며 한자리수의 전력공급 예비율에 무관심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 전력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여유있는 전력개발과 절전의 두가지다. 절전홍보나 전기료 인상등의 소극적이고 한시적인 정책으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력소동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는 어렵다. 장기적고 종합적인 전력수급 대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