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40)

넓은 문을 뚫고 들어가자 고비는 고개를 흔든다.

둘은 백화점의 속옷부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쇼핑하던 사람들이 모두 땅바닥에 엎드린 가운데 도모는 한없이 쌓인 옷의 숲 사이를 지나간다.

고비는 얼굴에서 퍼지 로직(fuzzy logic) 팬티를 떼어내고 귀에서는 인공지능 브래지어를 떼어낸다.

야즈는 옷 입어보는 곳을 지나 문짝을 박살내며 지나간다. 갖가지 옷을 입어보던 남자와 여자들이 있다.

어느 불쌍한 녀석은 몸을 가리느라 홀로스타킹을 뒤집어썼는데, 불행하게도 스타킹에 구멍이 난 걸 모르고 있다.

『똑바로 가시오!』

중앙복도에 들어서자 고비가 소리친다.

『에스컬레이터는 저쪽에 있소!』

손을 들어 가리킨다. 야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뿌드득 간다.

야쿠자 하나가 여성용 화장옷 카운터에 나타나 막대기칼을 돌린다.

그러나 그가 휘두르던 살인무기는 스타킹 벨트 선반에 걸리고 그 반동으로놈의 얼굴을 그대로 박살낸다.

에스컬레이터를 향해서 도모는 쏜살같이 그자를 지나간다. 도모가 지나가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정신없이 땅바닥에 엎드린다.

열두 층을 지나고 1층의 남자 넥타이와 손수건부를 지나 그들은 마침내 길거리로 튀어나온다.

『박사님, 괜찮으세요?』

번잡한 거리로 나와 자기부상도로를 향해 가며 야즈가 고비에게 묻는다.

『그런데 내 사이즈에 맞는 건 하나도 없더구먼.』뉴도쿄의 번잡한 출퇴근 도로에 대화식 하나에 모리표 이브닝 가운을 던지며 고비가 답한다.

가운은 잠시 바람에 실려가더니 다리 위로 올라간다. 두 고층건물 사이를행글라이딩하던 퇴근길의 남자 하나가 서류가방으로 잡더니 그것을 핸들에묶는다.

파랑색 광학 레이스가 저무는 햇빛을 받자 가운은 자주색으로 변한다.

『저를 입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에 모리 가운이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 남자에게 말을 건다.

『오늘 밤엔 정말 멋지시군요.』

『이젠 안전한 것 같습니다.』

고속 레이더 점검을 한 야즈가 헤드셋을 통해 말한다.

4킬로미터 근방 어디에도 바라쿠다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12섹터에 바라쿠다가 하나 보이지만 그건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