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부품 경기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 경기가 불투명한데다 부품업체들에는 큰 시장인 세계 컴퓨터 및 컬러모니터 시장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관련부품의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보도다.
부품업체들은 몇년전부터 가전을 중심으로 한 세트업체들의 생산라인 해외이전이 가속화돼 가전용 부품의 수요가 위축됨에 따라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통신으로 주력사업을 전환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모니터를 비롯한 컴퓨터관련 부품시장까지 어려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크게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던 콘덴서·저항기·스위칭 모드 파워 서플라이(SMPS) 등 PC 및 모니터용 주요 부품의 주문량이 올들어 평균 20~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윈도95 판매에 따른 대체수요 확산 등으로 올해 최소 20%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예상하고 관련부품을 미리 구매했던 PC 및 모니터업체들이 관련제품의 국내외적인 수요가 예상을 크게 밑도는 등 위축세를 보이자 부품구매를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모니터업체들도 현재의 재고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 이후에나 경기가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관련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나마 직접적으로 세트나 부분품업체와 연결돼 있는 대그룹 계열사들의 경우는 밀접한 수직 상하관계에 따른 수요 안정성 등으로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하겠지만 비빌 언덕이 없는 일반 중소 부품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저가 범용에 주력해왔던 중국과 동남아시아 후발업체들이 이제는 일본 등 선진업체의 기술을 등에 업고 중저가 제품에서도 국내 부품업체들을 거세게 몰아세우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고부가 제품으로의전환 및 저가제품의 저임국 이전 등을 통한 체질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도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세트업체와의 동반진출 또는 범용 저가품을 중심으로 한 단순임가공 형태가 대부분이었으며 현지 실정이나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실패한 경우도 적지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서 최근 일부 부품업체들간 해외 공동진출이나 시설의 공동이용, 그리고 공동개발 등 협력바람이 일고 있는 것은 중소 부품업체들에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쇄회로기판과 관련 장비·부품·소재·임가공업체들이 수도권 아파트형공장에 협동화단지를 구축해 서로 어려움을 덜고 있는가 하면 해외진출의 경우에도 세트업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중견·중소 부품업체들간 컨소시엄방식의 협력을 통한 공동진출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주)삼진 등 사출업체 3개社가 합작해 SSD플래스틱社를 설립해 멕시코에 진출한 것을 비롯 기화정밀 등 5개社가 영국에, 인창전자 등 4개社가 중국에, 대륭정밀과 대덕전자가 필리핀에 각각 합작진출했고 인창전자 등 4개社는 복합공장 건설을 통한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컨소시엄 방식의 해외진출은 투자비용의 상호분담을 통해 위험부담을 줄이는 한편 시설의 공동활용을 통해 현지공장 운영에 필요한 각종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세트업체들이 협력업체 선정에 경쟁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제고에 한층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트업체간 가격파괴 경쟁에 따른 부품공급가 인하압박과 원자재·재료비의 상승, 그리고 전자산업계 전반에 걸친 생산라인의 해외이전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따라서 중소 부품업체들의 대응자세도 그동안과는 사뭇 달라져야만 할것 같다.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그룹계열사를 축으로 한 대형 부품업체들의 고속성장과 중소업체들의 상대적으로 더딘 성장에 따른 「양극화」가 가속화돼가뜩이나 중견·중소 부품전문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품업체들의 대대적인 변신과 체질변화를 위한 독자적 또는 공동의 혁신노력이없다면 「위축」이 아닌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