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중동 소프트웨어 산업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6천여만명의 인구를 가진 이 나라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간 정치·사회적 불안과 경제 침체를 겪으며 1인당 국민소득이 7백50달러에 머물고 있는 가난한 나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소프트웨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나라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수는 총4천명.
이 중 2천명정도가 주로 아랍 시장을 겨냥한 워드프로세서, 교육용 소프트웨어, 재무관리 및 데이터베이스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은행 등 컴퓨터 분야 이외의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엄청난 숫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정도면 아랍 세계에서 이집트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주도하기에 충분한 인력이다.
이 나라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로는 사크르 소프트웨어가 꼽힌다. 이 회사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3개의 현대식 건물로 된 연구 센터를건립, 3백명의 프로그래머를 두고 아랍 시장을 겨냥한 각종 프로로램을 개발중이다. 이 회사의 아쉬라프 자키 전무는 『아랍 세계도 이제 우수한 제품을가질 때가 됐다』며 연구 성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이집트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이 나라에 진출하는 아랍 및 역외 지역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이집트 프로그래머들이 기술적으로 우수한 기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임금이 싸다는 점을 이 지역 진출의 최대 장점으로 꼽고 있다. 또이같은 장점은 이집트 기술 인력을 해외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도록 하기도한다.
로터스 디벨로프먼트, 오라클 등 미국 업체들은 이집트 프로그래머들에게본국에서 받는 임금의 10배를 주겠다며 스카우트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집트의 소프트웨어 판매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3천만달러. 서방의여러 나라는 물론 이웃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10억달러와 비교해도 현재로선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아랍 지역의 시장 성장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회사인 IDC의 조사에 따르면 이 지역 시장 규모는 지난해 7천5백달러였으며 연간 35%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집트 업체들은 이 지역 시장 성장의 과실을 챙기면서 점차 국제 무대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사크르 소프트웨어의 경우 음성 인식 기술을 인정받아 최근 벨기에의 한업체로부터 4백50만달러 규모의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만 에이서와도 번들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맹활약중이다.
1백5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DMS도 영국으로 첨단 치과 진료용 프로그램을 수출하면서 유럽 대륙으로의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 나라가 머지 않아 개도국 소프트웨어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도와 자웅을 겨루게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기대를낳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