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에어버스社에 밀려 미국의 보잉社가 러시아에서 문을 닫을 처지에놓여 있다. 지난 92년 러시아의 항공시장에 진출한 보잉은 그동안 항공과 관계있는 공무원들을 잘 「관리」하고, 러시아 국내 항공산업보다 앞선 기술을지원하는 방법으로 29대의 여객기를 이곳에 판매하는 등 외국 항공사로서는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여왔다.
보잉737 인기 급락 모스크바의 정부간 항공위원회 등록처에는 777모델을 제외한 보잉의 모든 기종이 등록되어 있으며, 2년 전에는 보잉의 기술센터가이곳에서 문을 열기도 했다. 사회주의체제 붕괴 뒤에 생겨나기 시작한 민간항공사들은 보잉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특히 러시아 국영 항공회사인아에로플로트는 최신 컴퓨터와 전자장비를 갖추었다는 보잉 767300ER를 구입한 데 이어 추가로 4대의 보잉 여객기를 더 도입하기로 하는 등 보잉社의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온 게 사실이다. 일루신 96300과 투204 등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여객기들
그런데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들어 유럽의 합작사인 에어버스가 러시아의 새로운 항공시장에 발벗고 뛰어든 탓이다. 에어버스社는 신제품인 좁은 동체형 여객기 A319, 320, 321시리즈를 들고 나와서 세계적으로 이미 8백대의 제작 의뢰를 받아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러시아의 새고객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비슷한 기종인 보잉의 737, 757모델은 인기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올들어 보잉의 시장 점유율이 러시아에서떨어져 지난 넉달동안 이곳에서의 판매 계약고가 25% 줄었고, 이달에는 다시15%가 낮아졌다?
MD社 판촉 강화 보잉이 상황 타개를 위해 희망을 거는 기종은 새로 개발한넓은 동체형의 보잉 777기종이다. 그러나 이 기종 또한 에어버스의 A330과 340이 한발 앞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어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보잉社는 신형 여객기에 대해 이미 8대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고주장하지만, 맥도널 더글러스社의 경쟁 기종 MD11까지 러시아에서 판촉을 강화하고 있어서 전망은 더욱 어두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유럽세에 밀리는 판에 미국 항공사끼리 소송이 제기되고 이 사건에서 보잉이 반러시아적인 태도를 취해 러시아에서의 보잉의 입지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건의 내용은 미국의 수출입은행이 일루신 여객기를 생산하는러시아의 일루신 공장에 1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면서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그룹 산하 프랫 휘트니의 엔진을 가공해서 장착하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보잉을 비롯한 18개의 군소 美 항공업체들이 이 차관제공 계약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10억 달러 제공 건이 무기한 연기되고, 보잉또한 이 일로 인
대표부 철수 `소문` 러시아에서의 사업이 부진하자 보잉은 경비를 줄이기 위해 대표부를 철수하고 이 지역에서 열리는 항공쇼에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또 3년동안 러시아에서 보잉의 대리점으로 활동해온 「아세스 모스크바」社와의 계약을 파기했으며, 모스크바의 보잉 기술센터도 이내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보잉 모스크바 지사의 크레이그 마틴 여론 담당부장은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서 보잉이 사업을 축소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기술 지원센터를 폐지하는 일은 더욱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새로운 비행기를 서구에서 더 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러시아 항공업계에 있는 이상 보잉이 쉽사리 이 시장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잃어버린 입지를 되찾을 힘을 충전하기 위해서라도 보잉이 당분간 러시아 시장에서 「휴식기」를 가질 것으로 이곳 항공업자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