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LCD업계, 화면 대형화 경쟁

액정디스플레이(LCD)의 대형화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그 경쟁은 일본의 일부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 아직은 그 열기가 모든 업체로 확산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시장침체로 상당수업체들이 무기력해 진데다 올 시장전망도 불투명,투자회수를 확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올 액정디스플레이(LCD)시황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은어디에도 없다. 단지 노트북PC 수요의 회복과 화면의 대형화를 배경으로 지난해보다 더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될 뿐이다.

일본 통산성의 기계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생산액은 4백24억1천5백만엔으로 전년동기비 5.8% 감소했지만 감소폭은 한자릿수로 좁혀졌다. 그러나 2월 13.2%가 줄어 감소폭은 다시 확대됐다.

또 샤프등 관련업체에선 올 시장성장률을 20%정도로 전망하지만 10-20%의단가하락과 10-20% 수량증가를 가감하면 금액면에서는 제자리걸음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제로성장」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모니터시장을 겨냥, 일부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존망을 건 「대형화전쟁」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LCD수요의 70%를 점하는 노트북PC의 주력화면은 현재의 10.4인치에서 이달을 기점으로 11.3인치, 하반기부터는 12.

1인치로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기판유리의 크기에 비례해 생산할 수 있는 액정패널 수가 늘어나지만 기판이 커지면 그만큼 설비투자액도 늘고 수율향상도 어려워 진다.

이 양자간의 균형이 대형화의 관건이다.

가장 앞서 대형화에 나선 곳은 도시바와 일본IBM의 합작사 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DTI). 이 회사는 12.1인치 TFT(박막트랜지스터)LCD를 6매 생산할수 있는 5백50x6백50mm크기 대형 유리기판의 설비를 야수공장에 구축했다. 현재는 월산 수천매 단위이지만 내달이후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NEC는 우선 기존설비의 효율향상을 통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10.4인치 TFT LCD 4매를 생산하는 3백70x4백70mm라인에서는 12.1인치를 2매밖에 얻을 수 없지만 수율제고로 대형 기판에서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아키다공장의 대형화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다만 13인치이상에 대해선 5백50x6백50mm라인을 시장상황에 따라 금년중 구축할 방침이다.

호시덴은 어려운 상황이다. 호시덴의 TFT LCD는 고품질·저가격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현재의 4백x5백mm 설비는 본격적인 대형화시대에 어정쩡한수준이다. 그러나 자기자본이 3백5억엔에 불과해 5백50x6백50mm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어렵다.

대형화에서 주목되는 곳은 역시 최대업체인 샤프와 이를 뒤쫓는 히타치제작소. 특히 히타치의 전략은 과감하다. 4백x5백mm등 과도기설비에는 일체 투자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한 5백50x6백50mm도 건너뛰어 업계 최대의 6백50x8백30mm라인을 모바라공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 정도면 유리기판 1장에서 13인치 TFT LCD 6-9매, 17인치도 4매는 생산할 수 있다. 노트북PC뿐아니라 데스크톱형 PC의 모니터시장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반도체 D램전쟁에서 1M에 뒤늦게 참여한 히타치는 4M에서 막대한자금과 인력을 동원, 메모리분야 수위에 오른 바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경영자원을 집중해 정상에 다가가는 것은 히타치의 전통적인 전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샤프는 기습전략이다. 당초 샤프는 미에공장을 5백50x6백50mm를주력으로 하는 TFT LCD전용공장으로 건설했지만 도시바와 마찬가지로 5백50x6백50mm의 수율향상에서 고전했다. 때문에 즉각 TFT LCD는 4백50x5백50mm라인으로 돌리고 대신 내세운 것이 화질이 떨어지는 STN(슈퍼트위스티드네마틱)LCD를 대형화하는 새 전술이다.

샤프는 올 여름 TFT LCD의 성능에 필적하는 고선명·고속응답의 12.1인치 STN을 투입할 계획이며 TFT LCD와의 가격차이가 1만엔정도면 승산이있다고 본다. 이 1만엔의 차이가 소매가격단계에선 3만엔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샤프는 TFT LCD전용의 미에공장에서도 STN LCD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대업체 샤프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TFT LCD조달계획을 이미 결정한 PC업체들도 12.1인치 STN제품으로 변경할 것을 새롭게 검토하고 있다.

사실 LCD의 대형화경쟁은 TFT와 STN, 샤프와 히타치간의 2파전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TFT와 STN 양쪽에 손대고 있는 곳은 대형업체에선 히타치와샤프뿐이다. 다만 차이점은 히타치가 TFT, 샤프가 STN에 보다 치중한다 점이다.

따라서 샤프는 히타치가 대형 TFT LCD에 주력하는 이상 적어도 STN LCD쪽에선 앞으로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샤프의의도대로 TFT와 STN의 평화공존이 성립될 지의 여부다. 노트북PC의 출하대수는 올해 1천만대정도규모지만 대형 LCD가 목표로 하는 데스크톱은 노트북의 5-6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소비전력, 고선명이라는 LCD의 강점을감안할 때 면적당 가격이 브라운관의 2-3배수준으로 내려가면 모니터시장은브라운관에서 LCD로 크게 기울어 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대화면에선 화질·시야각등 기술력이 문제인데 현재는 STN보다 TFT LCD가 앞선다.

사실 히타치는 이 기술력에서 정평이 나 있으며 때문에 샤프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히타치는 지난해 10월 브라운관에 맞먹는 상하 1백40도의 시야각을 실현한 「슈퍼TFT」를 발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LCD시장의 점유율은 샤프가 약 30%로 1위를 달리고 히타치가 10%로그 뒤를 쫓고 있다. 그러나 대형화경쟁에서 그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