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유럽 디지털 오디오방송 기술 각광

지금 유럽에서는 음성은 물론 문자나 그래픽, 더 나아가 동화상까지 전송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오디오 전송기술이 개발돼 주목되고 있다.

디지털 오디오 방송(DAB)이라 명명된 이 전송방식은 라디오시스템에 기반을 둔 음성전송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귀로 듣는 것만 가능한 기존의 아날로그 AM·FM 라디오방송을 대체하는 디지털 라디오시스템 표준으로 자리잡을전망이다. 즉, DAB는 라디오 수신기가 핵심기기인 것은 분명한데, 여기에 덧붙여 동화상을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이 부가된 수신기라는 것이다.

아날로그 전송방식의 라디오서비스가 음성을 파장의 형태로 전송하는데 비해 DAB는 음성을 컴퓨터 코드로 전송한다. 따라서 혼선없는 컴팩트 디스크(CD) 수준의 고품위 음질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프랑스 독일 영국 노르웨이 스위스등 유럽국가외에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에서 DAB가 시험 서비스중에 있다. 또한 네덜란드의필립스, 일본 소니·파나소닉·파이오니어, 독일의 그룬디히를 비롯한 유수의 가전업체들이 DAB라디오 수신기를 개발중에 있는데 이들은 이르면 내년안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올해 초 독일의 전자업체인 보슈社와 통신업체인 도이치 텔레콤(DT)은 DAB시스템에 기반한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전송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이 개발한 DMB는 음성·데이터·문자·그래픽관련정보보다 훨씬 더 많은 전송용량을 필요로하는 동화상정보에 탁월한 성능을나타내고 있다.

보슈와 DT는 실제로 이 방식을 통해 움직이는 자동차에 완전한 동화상을전송하는 시험 서비스에 성공했다. 이로써 DMB방식은 앞으로 휴대형 컴퓨터나 이동 디지털기기 사용자들과 같이 움직이는 기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새로운 수단을 제공하게 된 셈이다.

보슈와 DT는 DMB를 통해 영상정보를 전송하기 위해 데이터 채널을 하나로통합·운용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특히 보슈는 전송에 앞서 영상정보를 압축하거나 음성정보를 다른 정보와 결합시켜 전송하는 DMB라디오 수신기를 개발했는데 이 수신기는 전송중 오류를 교정해주는 에러 보정 시스템을 내장하고 있는 등 거의 PC급 성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MB방식으로 전송되는 영상은 VHS화면 수준으로 이는 큰 화면보다는 중소형 정도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슈와 DT의 DMB시스템을 서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아날로그 전송방식인 PAL방식과 비교해본다면 그 탁월성은 한층 더 쉽게 알 수 있다. PAL방식이 파장형태의 전송방식이라 신호가 언덕이나 고층빌딩에 가로막힐 경우화면의 색감에 손실이 오거나 그림자가 생기는 일명 고스트현상이 발생하는데 반해 DMB는 신호가 수백개의 데이터로 쪼개져 전송되기 때문에 화면의 손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DMB방식은 이외에도 고속 주행중인 자동차에 부착된 수신기에서 때때로 발생할 수 있는 화면 혼선현상을 거의 보완했다.

DAB기술이 첨단 전송방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까지응용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달리는 자동차에 탄 사람들이 완전한 동화상을 시청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운전중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일은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DAB방식 예찬론자들은 『운전을 하면서 TV를 줄곧 시청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버스를 타거나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뉴스나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이용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한 DAB가 운전자에게 교통정보를 비롯한 도로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차세대 정보시스템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DAB는 데이터전송용으로의 이용이 가장 각광받을 전망이다. DAB는 정보전송 속도가 팩스의 60배, 모뎀의 40배 정도 빠르다. 이는DAB가 휴대형 컴퓨터등 이동기기 사용자들을 위한 데이터 전송에 활용 여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이동중인 사람들은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건보다 가정이나 사무실 업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도DAB방식으로 제공될 무선 데이터전송 서비스에 관심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팩스기능이 내장된 소형 DAB라디오 수신기가 널리 이용될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DAB방식은 앞으로 인터네트와 호환성을 갖도록 개발될 것이다. 이는 조만간 인터네트서비스업체들이 DAB방식을 통해 대용량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에 맞춰 일부 PC업체들 또한 DAB카드를 내장한 컴퓨터의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미래 데이터서비스는 DAB 이용의 중요한일부분이 될 것이다.

한때 TV가 「동화상이 딸린 라디오」로 묘사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DAB가 오디오와 동화상을 제공한다고 해서 TV는 아니다. 다만 라디오를 기반으로 해서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라디오개념을 뛰어 넘고있다.

만약 DAB가 예정대로 상용화되면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라디오의 「시청」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