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망용PC입찰 개선해야 한다

올해 행정전산망용 PC입찰도 결국 오점으로 얼룩졌다. 최저가 입찰에서 낙찰된 업체가 적격심사에서 무더기로 탈락하고 공개입찰에서 떨어진 대기업이공급업체로 선정되는 逆理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총 6개군로 나뉘어 실시됐던 펜티엄PC 입찰의 경우 3개 분류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에만 참여를 허용하고 나머지 3개 분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방식을 취했으나 공급가격에서 대기업이 불리해 결국 6개 분류모두 중소기업으로 낙찰됐다.

그러나 적격심사에서는 이같은 결과가 뒤집히고 말았다. 조달청은 지난달공개입찰에서 96 행망용 펜티엄PC 납품업체로 선정된 성원정보기술·세진컴퓨터·썬택·서로컴퓨터·세지전자 등 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격심사를실시해 성원정보기술만 재선정하고 나머지 4개사는 전원 탈락시킨 대신에 삼성전자·삼보컴퓨터·뉴멕스·선두시스템 등 공개입찰에서 탈락한 4개사에공급자격을 부여했다는 보도다.

공공기관에 대한 전년도 제품공급실적과 업체의 금융거래상 신용평가를 중심으로 공급 이행능력 및 재정상태 등을 종합 평가하는 이번 적격심사에서는특히 1차 낙찰업체가 무더기로 탈락해 심사의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적격업체 심사가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했는가는 둘째치고 수순의 전도에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순히 심사과정만 놓고 보면 대기업이 선정되는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조달청이 제시한 평가기준이 중소기업보다는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는 심사과정의 공정성·투명성 여부를 떠나 수순을 잘못 밟아생긴 것이다. 「선 최저가 입찰, 후 적격심사」방식을 채택한 이번 입찰수순을 「선 적격심사, 후 최저가 입찰」로 바꾸었다면 상식을 파괴하는 이같은역리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개입찰에서는 선정됐으나 적격심사과정에서 탈락한 중소업체들은 물론 입찰에 참가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심사기준에 의혹을 제기하면서최종결과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올해 행망용 PC 공급업체 선정을 둘러싼후유증이 증폭될 전망이다.

조달청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에만 너무 집착해 입찰과정에서 발생할수순의 오류을 사전에 바로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올해 행망PC 입찰에서도 지난해와 같이 최저가 낙찰제와 일괄구매방식을채택한 데 따른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된 데다 적격심사 추가로 수순의 문제까지 증폭돼 공급자와 수요자를 함께 만족시키려는 조달청의 의도가 빗나가고 말았다. 정부도 처음에는 구매기관에 따라 대상업체 및 제품을 차별화한다는 방침까지 제시했으나 결국은 일괄구매로 돌아서면서 적격심사과정을 끼워넣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최저가·일괄구매방식의 행망PC 입찰제를 근본적으로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또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저가 입찰방식을 채택하는 바람에 행망용 펜티엄PC 납품단가는 펜티엄 1백 CPU를 채용한 제품을 기준으로 시중유통가의 30~40% 수준인 85만원에서 91만8천원으로 떨어져 컴퓨터 유통질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분석이다.

가격 이외에도 구매집단의 용도별 성향을 파악하지 않은 일괄구매방식도이번 입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요기관에서 중소기업 제품보다는대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최저가격제와 일괄구매방식을 함께 채택하는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행망PC 입찰의 부작용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격심사를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가 아닌 평균가 낙찰형태의 입찰을 실시해야 한다.

이번 입찰결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 정부·제조업계·수요기관 등3자의 최적만족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입찰제도를 바꿀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