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통신시장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통신협상이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 3월말 워싱턴에서 열렸던 연례 통신협상에서 미국측의 제안으로 우리나라의 신규 통신사업자 허가와 관련된 시장접근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협상에서 미국측은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신규사업자 허가기준 보장 △민간기업의 통신장비 구매에 대한 자국 업체의 차별없는 참여 기회보장 △위성서비스 부문의 개방 확대 등을 요구하고나섰다고 한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신규 통신사업자 허가와 관련, 국산품우선구매 정책을 펴고 있는데다 미국산 통신장비에 대한 기술이전을 통신사업자 허가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지난 92년에 체결된 한·미 통신협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미국측은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은 물론 모든 민간기업에 대해서도이미 합의한 정부 조달규정을 적용해 자국산 통신장비를 차별하지 않을 것을우리측에 강도높게 요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정부부문에 이어 민간부문까지 시장 개방압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측의 반박 논리는 충분하다. 지난92년 체결된 한·미 통신협정에 따라 통신장비에 대한 내·외국인 차별조항이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에만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통신장비 구매까지 정부가 간섭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우리측의 주장이다.
미국은 지난 92년 한·미 통신협정을 체결, 이동통신사업 분야의 내국인지분 철폐와 통신장비시장 진출 등 현안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미통신협정 체결과정에서 미국은 당시 우선협상대상국 지정과 슈퍼 301조의 발동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상황에서 우리는 힘의 논리에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미 통신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미간 합의사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국 통신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왔었다. 한국 디지털 전전자교환기시장의 직접 진출을 위해 미국 AT&T 교환기의 한국통신 납품시 품질인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정보통신분야의 표준화 등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자국 통신업체들의 대한 진출을 지원하는 데 온힘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같은 그들의 주장는 매번 그들의 요구대로 관철됐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정부간에 이번 협상에서 어떤 합의을 도출하게 될지벌써부터 우려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미국의 무리한 시장개방 압력에 대해우리가 나름대로의 반박논리를 펼쳐도 협상 결과는 미국측의 한판승으로 결정나기 때문이다. 對美 통신협상에서 패배감마저 팽배해 있는 것이 우리의현실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미국측의 이같은 시장개방 압력은 다소 식상한 느낌마저든다. 미국은 이번에도 한·미 통신협정의 후속조치로 우리나라 이동통신분야의 시장 접근방안을 핵심사안으로 들고 나온 것도 따지고 보면 앞으로 개인휴대통신(PCS) 등 무려 5조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이 분야 시장에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정보화·개방화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세계무역기구 기본통신협상을 통해 오는 98년부터 모든 통신서비스에 대한예외없는 시장개방을 위해 한층 드센 개방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통신시장개방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기업과 나라만이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전략은 대외경쟁력의 확보이다. 기업간에 전면적인 시장개방체제에서 경쟁 우위를 담보할 수 없다면 영원한 후발기업으로 전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노력이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따라서 정부의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이나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철폐 등 정보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