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소프트웨어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학생들의 교재로 한 영역을 차지할 정도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CD롬 타이틀가운데 절반 정도가 교육용 CD롬이다.
「오성식생활영어」타이틀이 출시와 함께 수십만 카피 판매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국내 시장에서도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성장 가능성에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내에 출시된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대상에 따라 특화·개발되고 있다. 구매층에 따라 유아·어린이용 소프트웨어, 초·중고등학생 학습용 소프트웨어, 성인용 소프트웨어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중 유아·어린이용 소프트웨어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 제품은 대개 이미 출판된 동화책 등을 CD롬화하여 동화상과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림그리기 소프트웨어, 영어교육이나 언어교육을 위한 소프트웨어, 게임등도 적지 않다.
이들 중 최근 신소프트웨어대상을 수상해 큰 호평을 받은 푸른하늘을 여는사람들(대표 김인중)의 「색깔을 갖고 싶어요」 등 수작의 제품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또한 성인용 중에도 최근의 토익이나 토플 시험 붐을 타고 개발된 영어학습용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법률정보, 컴퓨터학습용 소프트웨어들이 다수출시돼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작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CD롬이나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현재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영어나 수학 등의 주요 교과목의 문제풀이 등을 담고 있는 게 고작이다. 영어 CD롬 타이틀의 경우 발음을 들을 수 있다는 정도 외에는 학생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가격 또한 만많찮다. 중·고등학생 학습용 타이틀의 가격은 1만원~2만원 정도하는 것도 있지만 보통 3만원~5만원대이다. 물론 이 정도의 가격은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에 비춰 볼 때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제품의 보편화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가격임에는 틀림없다.
내용 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중·고등학생 학습용 CD롬타이틀 치고는 내용이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이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서울 강남구 S중학교의 김영식(가명)선생은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CD롬 타이틀은 거의 대부분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베꼈으며 그래픽이나동화상도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에는 조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한해 동안 2백종 이상의 교육용 소프트웨어들이 출시됐지만 쓸만한 것은 몇 종 되지 않는다고 덧붙혔다.
실제 지난해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이 정품 판매보다는 PC 등을 판매할 때 끼워서 주는 번들용으로 많이 판매됐다는 것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강남의 B고등학교 한 교사는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60% 정도가 컴퓨터와 PC통신에 관해 대화를 나눌 정도로 컴퓨터 사용이 활발하지만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대부분 게임이나 통신에 있다』고 말했다.
원인은 간단하다. 학교에서 정규적으로 컴퓨터를 배울 만한 시간과 공간이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체제에서 정보화 교육은 입시에서 아무런 역할도할 수 없다. 입시 위주의 교육체제에서 컴퓨터교육을 하라는 것은 정규 교육시간에 바둑을 가르치라는 말과 똑같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많은 곳은 학교당 한 학급 정도, 적은 곳은 교사용 PC정도만이 보급되어 있는 것이 우리 학교의 정보화 수준이다. 그나마 PC기종은 386급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의 기종에서 배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도스명령어의 기본적인 이해, 베이직 프로그래밍의 기초, 로터스 123, DBASE III+ 등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들이 전부이다. 상업용으로 출시된 PC교육용 프로그램도 「피시 여섯마당」(코리아컴퓨터), 「피시 길잡이」(현민시스템),「피시훈장님 포 윈도」(유니테크), 「코코미」(네오미디어)등 10여종 이상의 우수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들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CD롬 형태로 나와 있어 486급 이상의 멀티미디어 PC에서만 운용될 수 있는데 현재 국내 학교 현실에서 이 정도 수준의 PC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수의 관심있는 학생만이이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컴퓨터를 배울 수 있어 「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차원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학교에서 정규적인 과목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접할 수 없는 것은 하교정보화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컴퓨터 그래픽의 경우를예로 들어보자
현재 컴퓨터 그래픽 분야가 사용되는 광고나 인터네트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보면 대부분 전공자들이기 보다는 사설학원 등지에서 2∼3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장에 투입된 비전공자들이다.
학교에서도 분명 미술교육과정은 있지만, 순수미술만을 가르칠 뿐 산업에서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그래픽부분은 거의 다루고 있지 않아 관심이 있어도 배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성이 왕성한 나이인 10대에서 체계적으로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잃고 있다. 관련업계가 해외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능력을 길러온 유학파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PC 3백만대 보급」이라는 우리 현실에 비춰 보면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는 정부와 관련업계가 컴퓨터보급에 연연하면서도 그런대로 쓸 만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게을리 해온데서 비롯된다고 해도 틀리는얘기가 아니다. 교육에 필요한 학습용 프로그램을 제대로 개발해 놓지 않고컴퓨터 보급과 활용을 촉진한다면 오히려 학교 정보화교육의 왜곡을 점점 더심화시킬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관련업계 학교의 전문가들이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켤 줄 수 있는 괜찮은 소프트웨어개발에 머리를 맞대야할 것 같다.
<구정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