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다 카즈오의 악수는 오래된 양피지처럼 기운차고 그 눈은 꿰뚫어보듯번쩍인다. 범상하지 않은 밀도를 지닌 눈이다. 80대의 노인이 아닌 40대의기를 발산하고 있다.
고비도 마주 손을 잡는다. 온몸에 부저가 울리고 지나간다.
『하라다 사부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고개를 숙여 절한다.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고 있는 분일 겁니다.』하라다는 유키를 슬쩍 바라본다.
『네, 그렇게도 보이겠죠. 어떤 사람들한테는 특히 말입니다.』『하라다 씨,』 고비가 계속한다.
『사토리시 열쇠를 가지고 계시죠. 다시 온라인화하려면 정말 시간이 촉박합니다. 수천명의 인명이 걸려 있습니다. 빨리 손을 써야 합니다.』
하라다는 이마를 찌푸린다.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비극입니다. 실낱 같은 선에 매달려 있는 생명을생각하면. 그러나 우리가 감정에 약해서 너무 서둘렀다가는 그보다 더한 비극이 닥칠 겁니다.』
『사람들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겁니까?』 고비는 놀라 묻는다.
『물론 상관하죠.』 하라다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죽음이란 상대적인 단어입니다. 아시다시피 변화의 과정이죠. 세상에는 훨씬 더 큰 변화가 다가오는 중입니다. 지금은 이해 못하시지만 곧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하라다는 이제 다른 초점으로 다가온다. 이미지가 고비 눈앞에서 헤엄친다.
갑자기 그의 흰 머리는 너무나 희게 보이고 그의 눈은 너무나 번쩍인다.
고비는 중심을 잃는다. 마치 천천히 밖으로 빨려나가는 것처럼.
『유감스럽게도 고비 박사께는 너무나 길고 피곤한 여행이었죠.』하라다는 팔을 내밀어 비틀거리는 미국인을 붙잡는다.
『나를 찾으신 만큼 나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죠. 목 먼저 축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서킷을 마치도록 하죠.』
고비에게 따라오라고 몸짓한다.
『이쪽으로 오시죠. 내 개인 아파트입니다. 거기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겁니다.』
하라다는 윤이 반질반질한 마루를 지나 고비를 앞장선다. 긴 복도를 걸어가자 보이지 않는 손이 미닫이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