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진흥시키는 데 필요한 고단위 처방전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6일 개최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6월초 입법예고를 거쳐 7월중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 아래 과학기술특별법 제정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특별법 제정 추진이 가속도가 붙게 된 데는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2월초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과의 간단회 자리에서 범국가적으로 과학기술혁신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된 특별법에 담길 주요 내용을 보면 공공부문의 과학기술 투자확대,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을 제고, 민간기술개발의 지원시책 강화, 기초연구의 획기적 진흥, 과학기술문화의 창달과 과학기술자 연구의욕고취, 과학기술의 세계화·지방화 등 6개 과제가 핵심이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으로 국가의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정책의지에 무게를실어주고 범부처가 참여하는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 과학기술 입국 실현을 위한 구제적인 실천방안까지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과기처는 특별법 시안에 현재 2.79%인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앞으로 오는 2001년까지 매년 약 30% 정도씩 증액해 5% 수준으로 높이고 국가 총R&D 투자에 대한 정부비중도 현재 16% 수준에서 오는 2001년까지 2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방영할 계획이다.
또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화 방안으로 산·학·연이 참여하는 중점 연구개발사업 체제를 마련해 공동연구를 활성화시키고 기술평가원을 설립, 민간기업의 기술개발 활동을 촉진시킨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과학기술진흥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과학기술로 중무장하지 않고는 21세기에 선진7개국권으로 도약한다는 국가경제 장기구상이 무위로 그칠 공산이 큰 데다기초기술의 질적 제고없이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지난 95년에 이미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 창조적인 첨단과학기술과 이를 기본으로 하는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실천전략을 수립,현재 4∼6% 수준에 머물고 있는 연구개발 예산 증가율을 2000년까지 매년 11% 이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기초과학은 기술개발의 저수지에 해당한다. 저수지에 물이 가득 담겨 있으면 작황은 좋게 마련이다. 한번 뒤떨어지면 아무리 많은 시간·비용·인력을투자한다 해도 쉽사리 끌어올려지지 않는 게 바로 기초기술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경쟁력이다.
따라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총체적이고도 전략적인 국가 기술개발계획을 세워 집중관리하지 않는 한 21세기를 바람직한 미래로 돌려놓을 수없다.
다가오는 21세기를 풍요와 번영으로 안내해야 할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나 기술개발 전략이 핵심을 찌르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면서 겉돈 게 사실이다. GNP 대비 R&D(연구개발)투자를 5%로 끌어올리는 것만 가지고는 우리나라과학기술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리 만무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도식적인 정량수치에 불과하다.
인력도 마찬가지다. 모자라는 고급기술 인력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실체적 접근없이 숫자만 나열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 배출인력의질적인 문제는 도외시한 양적 지표만 높여서 성과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일관성있는 정책을 집행하고 지원수단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한정된 예산에 쓸 곳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개발기술의 파급효과와 실현 가능성을 다각도로 사전에 검증, 범정부 차원의 종합처방전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같이 충분한 협의와 완벽한 절차를 밟아 선정된 과제라면 당연히 개발과정에서 돌출되는 문제는 별로 없어야 한다.
이제는 국가 기술개발 체제를 효율성 위주로 정립할 때가 됐다. 우리의 기술정책에도 급변하는 기술체계에 걸맞는 변혁의 새 바람이 일어야 한다. 정부의 이번 특별법 제정추진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번에추진되는 특별법 제정은 세계 각국이 걸고 있는 기술 드라이브 정책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탄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그 의미를 온전하게 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