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심층진단 학교 정보화교육 이것이 문제다 (10)

정보윤리 현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명문대인 하버드에 입학추천을 받았던 한국계 학생이 소속 고등학교에서 입학추천을 취소당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인터넷에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를 풍자하는 글을 발표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글에는 성적으로 자극적인 농담까지 일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언론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법정투쟁으로까지 발전하는 등논란이 됐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사건이었다.

그것은 바로 학교가 인터넷 등 온라인 통신망을 통한 학생들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우는 학교는 커녕 교사차원에서도 학생들의 「사이버 세계」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는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쉬는 시간을 틈타 돌려보는 「플레이보이」나 「팬트하우스」의 적발에는힘을 기울이면서도 사설전자게시판(BBS)를 통해 공공연히 유통되는 음란물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 교실에서 이루어졌다면 징계를 받을게 뻔한 「불법판매」나 「폭언」 「사용자번호(ID)도용」 등도 학교에서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선생님들은 성적 좋은 아이들에게만 관심있어요. 우리가 무슨 통신망을이용하는지, 얼마나 컴퓨터를 잘하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아요.』

한 중학생의 불만섞인 대답은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다.

최근 PC보급 대수가 5백만대를 돌파하고 인터넷·PC통신 등 통신서비스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청소년들의 컴퓨터통신 이용도 급격히 늘고 있다.이에 따라 정보화 역기능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초 직장에 다니는 이씨는 어느날 자신의 ID로 이상한 메일이 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돈을 보냈는데 왜 물건을 보내지 않았냐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를 추적해본 결과 K군(고1)이 이씨의 ID를 도용, 불법적인 통신판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한국전산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불법사례는 학생들의 방학기간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해킹을 시도하는청소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검 정보범죄수사센터의 한봉조 검사는 『컴퓨터통신을 통한 새로운유형의 범죄들은 대부분 청소년층에 의해 저질러진다』며 『이같은 범죄들이별다른 죄의식이나 문제의식없이 이뤄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해킹을 한 친구가 부럽다」거나「멋있는 친구를 따라하고 싶다」고 응답한 학생이 각각 58.3%와 9.4%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해킹행위를 동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범죄가 아니더라도 게시판이나 대화방 등에서 일어나는 언어폭력은 이미 도를 지나 심각한 상황이다.

며칠전 PC통신의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이순남(27세)씨는 매우 불쾌한 경험을 했다. 대화방에 들어온 손님 하나가 자신에게 다짜고짜 욕설을퍼부었기 때문이다. 금방 거부키를 누르기는 했지만 이미 상해버린 기분은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아직도 대화방이나 게시판 등에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만을 쏟아내거나욕설을 하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다.

천리안 고객지원팀의 강성상 과장은 『하루 평균 10여건의 게시물이 음란또는 폭력언어의 문제로 삭제된다』고 말한다. 비슷한 이유로 경고를 받는이용자도 한달에 5백∼6백여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92년 한 여중생은 대화방에서 성적모욕을 당하고 비관자살을 하기도했다.

이외에도 게시판에 거짓 사실을 유포하거나 조회수를 조작해 자신의 의견을 일반적인 의견인양 포장하는 등 비윤리적인 PC통신 이용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진지한 의견교환을 기대하고 토론실에 들어가보면 실망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론이 아닌 느낌만을 쏟아놓기도 하고 심지어는 일방적인 비방만 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이용자는 국내 PC통신 인구가 1백50만명을 바라본다고 하지만 수준은30만명일때에 비해 나아진게 거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전보다 못하다고설명한다.

이같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통신서비스 이용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선 먼저가정과 학교에서 「정보윤리」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컴퓨터 사용법이나 인터넷 교육을 시키기 전에 먼저 정보사회에 올바른 윤리규범을 제시하고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사의 90%, 학생의92%가 초등학교에서의 정보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보처리 요원 2백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응답자의 70.7%가 「윤리교육이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데 도음이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방적인 주입식 정보윤리 교육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북대 정경수 교수는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을 통해 스스로 결론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신관련 기능과 지식의 학습보다는 올바른 통신예절, 우수한 게시물의홍보, 교육적 가치가 뛰어난 동호회 가입권유, 게시물에 대한 토론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게 해야 교육효과가 높기 때문이지요.』

평택 태광고등학교 장광수 교사의 말이다.

학교에서의 정보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통신이용을 권장,교사들의 교육지도를 사아버 세계로까지 확장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와 함께 PC통신을 이용한 특별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시켜건전한 정보통신 이용환경을 정착시키는 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보윤리와 관련된 부분을 교과서 등에 반영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해 볼 문제다.

정보윤리 교육은 학교 못지 않게 가정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중앙여고 김권섭 교사는 『정보화 교육에 있어 학교교육 못지 않게 「밥상머리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이 정보사회를 올바로 살아가도록가르치려면 가정의 부모들이 먼저 정보사회나 컴퓨터의 시회적 의미에 대해인식하고 자녀들에게 올바른 정보윤리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

국민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는 정진섭 부장검사는 『자녀에게 컴퓨터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임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또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을 스스로 절제하고 컨텐츠를 선별해서 이용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외에 네티켓을 담은 책자 배포, 사회단체에서의 계몽운동 등 사회차원의정보교육도 시급한 실정이다.

흔히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오늘 우리 청소년들의 정보가치관은 미래의 정보사회가 유토피아로 갈 것인지 디스토피아로 갈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장윤옥기자〉

*** 전문가가 말하는 네티즌 십계명 ***

1.다른 의견을 인정하라. 자신의 의견이나 정보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지 말라.

2. 다른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주라. 보드에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내용을넣고 자료나 글을 올릴 경우에는 제목에 요점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라.

3.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공개되지 않은 자료나 거짓을 올리는 것은 범죄다.

4. 현실의 예의는 인터넷에서도 통한다. 속어나 은어를 자제하고 웃음기호도 적절히 사용하라.

5. 의견은 실명제를 실시하라. 의견이나 내용을 올릴 경우에는 이름 연락처 메일주소 등의 사인을 넣어 신뢰를 주는 것이 좋다.

6. 질문하기 전에 스스로 찾아라. 당신의 초보적 질문에 일일이 대답할만큼 시간이 넉넉한 사람은 없다. 메일을 보내거나 질문을 하기 전에 정말로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라.

7. 문서는 되도록 아스키로. 무분별한 제어문자 사용은 다른 사용자에게지장을 준다.

8. 다른 문화를 인정하라. 지금 이야기하는 상대방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시간대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불편을 주지않도록 주의하라.

9. 사과에 인색하지 말라. 실수를 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다면 바로 취소하거나 사과해야 한다.

10. 가상공간의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라. 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장소임을 명심하고 이 공간이 좋은 방향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하라. 곧그 대가를 받게 된다.

<최승규 한국통신 연구개발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