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06)

『안되죠.』

기분나쁜 것처럼 채드위크가 골을 낸다.

『그건 예의가 아니오. 더군다나 우리는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이 분은 여기 온 게 처음이 아니라오.』

빅터가 웃는다.

『사정을 훤히 알고 있지.』

『변환을 거쳐본 적이 있다구요?』

『당신네 양키들 표현대로 하면 여기 와 보았고 해봤고 티셔츠까지 사봤소.』채드위크가 답한다. 공적인 인사를 올리기 위해 쇼군에게 가는 사무라이들을 지나치며 그는 차 속도를 높인다.

『난 솔직히 못 믿겠소.』

고비가 빅터에게 말한다.

『치안국 소속이라니 저기서 사람들 죽이던 거로 봐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없소. 어떻게그렇게 냉정할 수가 있소?』

『냉혈한처럼 보였나 보죠?』

특수요원 빅터가 소리내어 웃는다.

그러더니 골동 플라스틱 상자를 하나 꺼내어 채드위크에게 샤부를 하나 권한다.

『하루 세 개 이상은 안 하려고 하네. 어쨌든 고맙네.』차량 속을 헤쳐가면서 채드위크는 고개를 흔든다.

『우리 친구는 아직도 신문의 헤드라인만큼이나 진부한 옛날식 패러다임으로 살고 있나 보죠? 그렇다고 잘못이라는 말도 할 수 없지. 요즘이야 신문한 장을 읽으려 해도 고고학자가되어야 하니 말이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요?』

고비가 묻는다.

『우리가 건너온 세상의 법이라는 것이 여기서도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오.』『아니,』

빅터가 끼어든다.

『변환도시에서 사이보그 몇 좀 없앴다고, 보기 싫은 그래픽 좀 지웠다고,살인자라는 소리는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래픽을 지워요?』

『이 양반 아직도 뭘 못 알아들은 것 같군. 손에다 쥐어드려야 할 것 같은데? 잠깐만 기다려 보시오.』

채드위크는 제국주의시대 장교 서넛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갈림길에 차를 세운다. 술에취한 모습이다.

채드위크가 운전석 옆의 창문을 내리면서 고비에게 말한다.

『자, 이제 보시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