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산업부가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폐지하기 위해 재정경제원과협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가전제품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아 사치품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원칙적으로 특소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1백만원 이하의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한다는 것이 통산부의 방침이다.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 방침은 통산부에서 여러차례 논의된 바 있었으나 이번처럼 조세 주무당국인 재경원과 「정식」으로 협의를 하겠다고 책임자가 밝힌 것은 드문 일로서 관심을 끈다.
현재 가전제품에 부과되는 특소세율은 지난해 한차례 조정했지만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냉장고를 비롯한 세탁기·컬러TV·VCR·청소기·전자레인지·음향기기 등에는 15%가, 에어컨에는 20%가 각각 부과되고 있다.
이미 생활필수품이 된 가전제품에 대해 특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수확보라는 측면외에는 명분이 없었으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세입이 세출을 크게 초과한 바 있어 이제 그마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제품에 부과되는 특소세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는것은 이번 통산부의 가전제품 특소세 폐지 방침이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통산부는 가전제품을 「원칙적」으로 특소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미 상공부 시절부터 수차례 발표해 온 내용이다. 이제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특소세가 거론되는 단계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발표의 표현으로만 볼 때는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소폭으로 인하하는 미봉책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또한 1백만원 이하의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비과세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1백만원이 초과되는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과세하겠다는 얘기인지 분명치 않다.
이렇게 되는 경우 가전제품의 크기나 용량이 크면 특소세가 부과되고 그렇지 않으면 특소세가 면제되어 언뜻 보기에는 조세원칙에 부합되는 것으로 생각될지 모르나 결과적으로는 생활필수품이 가전제품에 특소세가 부과되는 모순은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통산부는 또 이번에 특소세 문제를 재경원과 숙의를 거친 다음에 발표했어야 했다. 통산부가 산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세제 주무부서가 재경원인만큼재경원과 협의하지 않고 특소세율을 변경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신중치 못한 조치인 것 같다.
통산부가 국내 전자업체들에 특소세로서 생색을 내는 동안 실제적으로 전자업체들은 피해를 입고 있다. 소비자들은 특소세가 폐지되거나 최소한 인하될 것으로 알고 가전제품 구매시기를 늦추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전업체들은최근의 내수경기 위축이 정부의 특소세 인하나 폐지 방침이 알려지면서 더욱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소세 폐지 움직임이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을강화하기 위한 취지라 하더라도 이 사실이 발표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업체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일은 사전에 생각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전제품 특소세 폐지문제에 대한 빠른 수습이다. 국내 전자산업은 최근들어 유통시장 개방과 수입선 다변화조치 해제 움직임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수십년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국내 가전산업이 외국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에 의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특소세의 폐지는 전자제품의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돌아갈 뿐 아니라 외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가전업체들에도 역시 힘이 된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해 특소세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