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혹시 신일본을 전세계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계획은 아닐까? 또다시? 쇼군들이 했던 것처럼? 삼세기도 넘게 폐쇄정책을 쓰지 않았었소? 자유무역을 하고 시장을 개방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소?』
『그래, 뭘 알아냈죠?』
『세상에! 정말로 우리가 뭘 알아냈느냐고 묻는거요? 지금쯤은 벌써 아시겠지만 사태가 겉으로 나타난 그대로는 아닌 것 같소. 전혀 아닌 것 같아요.
』
『그게 무슨 뜻이오?』
『무슨 뜻이냐 하면, 누군가가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오. 인류의 역사와 경험 모두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소. 존재라는 것이 말이오, 과거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는 말이오.』
『그들이 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이오?』
고비가 채근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이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앞선다.
『저들은 모든 것을 디지털화했단 말이오. 최소한 지구의 이쪽에서는요.
문제는 그것이오.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해서 사방에 바이러스가 쳐들어오고 있잖소? 그게 제일 성가신 일이오. 오이 샌드위치 좀 드시겠소? 싫다구요? 정말 괜찮으시겠소?』
『모든 걸 디지털화했다구요? 여기는 모든 것이 디지털형식으로 존재한다구요?』
『내가 얘기해 주려던 게 바로 그거라니까. 거참 고집세기는.』빅터는 뒷좌석에 앉아 다리를 꼰다.
『버튼을 누르는 건 죽이는 거하고는 다른 일이오. 아무 데도 안가요. 그저 다른 형태로 다른 데에서 튀어나올 뿐이지. 어떤 의미에서는 재생하는 거죠. 토끼나 돌, 혹은 사무라이나 누군가의 점심으로 나타나죠. 하나같이 바이트일 뿐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하지만 댁이나 나는.』
『그 점이 바로 좀 복잡해지는 점이죠.』
채드위크가 나선다.
『문제는 너의 불가적 본성이 정확히 무엇인가로 좁혀지죠. 당신은 이 땅의 방문객이오. 표를 사서 이동을 했소. 그런데 지금 당신은 무엇이오? 원래의 살과 피로 된 잘 알고 있는 프랭크 고비요, 아니면 전생의 자신이 디지털화된 버전일 뿐인 것이오? 이런 것들이 마지막 분석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모든 걸 철학체크기에 집어넣어 보시죠.』
그들은 수미다교를 건너 금융구역에 들어선다. 고층건물들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