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고속정보화시대를 구현하기 위한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사업이조금씩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다. 망구축사업에서부터 응용서비스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속속 수립되고 그 결과들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 민간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초고속망사업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제초고속정보통신은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신문사가 후원하고 있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이달의 토론주제를 「초고속정보통신 민간참여 및 이용활성화」로 정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에 대해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분야별 주제발표 내용과 참석자들의 토론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상훈(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장)=초고속 정보통신망은 미래 정보사회의국가경쟁력을 담당할 기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 사업은 통신망 구축 외에는 손에 잡히는 게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국가적으로는 국운을 좌우할 중점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으나 일반국민들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고 있으며 시장 등여러가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민간의 참여가 부진한 면도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차양신=망구축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지난해 제정된 정보화촉진기본법에 따라 올해부터는 수요부문 활성화를 위한다양한 사업이 전개될 것입니다. 오는 6~7월경 확정될 정부의 정보화촉진계획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백만기(통상산업부 산업기술기획과장)=민간기업의 참여를 촉진하는 문제를 논의할 때 투자의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사업은 년 안에 끝낼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라 50년, 1백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논의를 보면 산업사회와 정보화사회를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산업화와 정보화는 별개의 것이 아니며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산업화를 동시에 끌어 갈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김원식(청와대 경쟁력강화기획단 간접자본반 과장)=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제시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수익성이 없는 분야에 민간기업이 참여할 리가 만무하니까요.
양유석=초고속망사업과 관련해 제가 투자유망지역을 분석해 봤습니다. 경인지역을 예로 들면 이 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 LG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들 기업이 경인지역 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신비용이 35억원에서 40억원 가량 되는데 이 정도의 내부수요는 가지고 있어야초고속망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생각입니다.
유승화(삼성전자 정보통신본부 상무)=삼성그룹의 입장에서 보면 사업성여부보다는 투자시점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룹내부적인자체통신망 구축작업은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고속도로망도 중요하지만 사설망에서의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게 더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인식이 뒤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의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시장에 투자를 하면서도 투자를 위한 정보는 국내 증권회사에서 얻는 것이아니라 외국 증권회사에서 얻고 있는 게 현실이죠.
최문기(전자통신연구소 통신시스템연구단장)=초고속망사업에 기업들의 투자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양교수의 주장은 전화서비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동감할 수 없습니다. 한가지 예로 인터넷서비스의 경우 현재의 전체 전화망에서 차지하는 트래픽의 비중이 8~9%에 불과한 실정이지만 2천년 경에는인터넷 트래픽 만으로도 현재 전화망의 두 배에 달하는 회선수요가 발생할것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정부에 너무 요구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종희(모다정보통신 대표)=현재의 정책은 민간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대기업을 유도한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입니다.
차양신=기업들이 신규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전세계를 통틀어서멀티미디어 분야 시장에서 만큼은 한국만큼 큰 시장은 없다는 것이 제 평소지론입니다. 예를 들어 주문형 비디오처럼 미국에서 주로 개발된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서비스들은 한국실정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교육부문에서 엄청난 잠재수요를 갖고 있다는 희귀한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시장이 16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초고속정보통신기반을여기에 응용할 경우 엄청난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또한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은 과시욕이 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가구당 PC보급율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습니까.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사회적으로 보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를 권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입장에서 좀더 적극적인 투자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안영경(핸디소프트 사장)=소프트웨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소프트웨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PC보급율은 일본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0.39%로 일본의 18.9%비해 크게 낮은 실정입니다. 각국의 정보화추진 비용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비율을 보더라도미국이 1대 1.6, 일본이 1대 1.1로 소프트웨어 분야의 비중이 더 높은 데 비해 한국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10%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정진섭(대검찰청 부장검사)=최근 정부가 전산 예산의 10%를 소프트웨어구매 예산으로 책정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이는 전적으로 정보통신부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예산권을 가진 재정경제원의 생각은 크게 다르기때문이죠. 저도 예산을 신청할 때 소프트웨어 구매계획을 올리고 있지만 번번이 삭감당하는 실정입니다.
이찬진(한글과 컴퓨터 대표)=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자는 취지의 토론 모임이 있을 때 마다 우리나라같은 풍토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이 얼마나 살아남기 힘든지 목소리를 높이지만 별로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근절하는 문제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경쟁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라도 조성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리=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