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됐네, 빅터.』
버릇없는, 그러나 제일 아끼는 학생을 혼내는 선생님처럼 미소를 띠며 채드위크가 말한다.
『박사를 보고 있으라고 했지, 두뇌를 재정립시키라고 하지는 않았잖나?그건 그렇고, 우린 정말 이 사람 두뇌에 관심이 많다네. 해리스, 남자를 일어나도록 도와주게.』
『아니!』
채드위크의 손에 들린 총을 보고 한발 물러서며 빅터가 말한다.
『그건 또 뭐죠? 설마 나한테 겨눈 건 아니겠죠? 그거 아키하바라 시장에서 가져온 것 아닙니까?』
『그렇게 시시한 건 아닐세. 이건 월더 P88이지. 난 구형 기계식 총을 훨씬 좋아해. 자네도 그렇지? 누가 전자총을 막아놓을까 봐 걱정할 것도 없고.
1999년도에 홍콩에서 이런 일이 있었지. 단검을 가진 놈 둘이 다가왔어. 미리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내 스미스&레이저에 꿈쩍도 않더라구. 아니나달라? 한 놈이 이 삐삐 같은 걸 가지고선 은근슬쩍 웃으면서 누르는데 내 총구가 막히는 거야. 기가 막히더군. 제임스 본드 저리 가라로 피터지게 싸우고 빠져나온 것 있지? 그 다음부터 다시는 그런 실수 안했지. 그래, 진짜 총이 아니면 상대 안해. 그런 장난감 총 가지고는 안된다구.』
빅터의 손에 들려 있는 콜트 레이저를 턱으로 가리킨다.
빅터는 채드위크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듯한 미소를 띠우며 방아쇠를 당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 자신도 그 삐삐 같은 걸 하나 샀네. 생각보다 정말 싸더군.』왼손으로 채드위크는 플라스틱 적외선 막대기를 꺼낸다. 이미 스위치가 켜져 있다.
『소리도 안 나게 해주지.』
세 방에 빅터는 방 저쪽 한구석으로 날아간다. 즉시 오버코트에 공기가 들어가 토템처럼 바닥에 널부러진다.
『휴우, 이렇게 마음 아플 수가.』
채드위크의 눈이, 큰 대자로 뻗어 있는 빅터에게서 고비에게로 넘어온다.
『틀림없이 잘못 건드렸구료.』
마치 나무라는 듯한 얼굴로 고비에게 말한다.
『이 튀기들을 모욕하는 건 조심해야 해요. 지독하게 예민하거든.』쯧쯧 혀를 찬다.
『그래도 녀석 하나 때문에 사업이 도로아미타불 될 뻔했잖소. 요즘 것들은 왜 그렇게 복잡한지 몰라. 얼마 전만 해도 감정 같은 건 없던 놈들이 말야.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