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4일 신규통신사업자 허가계획이 발표된 이후 1년 가까이 숨가쁘게 전개된 재계의 통신사업권 경쟁은 이제 최종판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참여 기업들의 치열한 홍보전도, 마치 다시는 보지 않을 것 처럼 서로를헐뜯던 상호비방전도, 전쟁을 방불케 한 정보전도, 막을 내렸다. 마지막에웃을 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러나 이제부터 또다른 시작이 전개될 전망이다. 재계의 통신전쟁이 사업자 선정결과 발표를 끝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사업자 선정결과가 발표된 시점부터 통신전쟁의 새로운 장이 또다시개막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쟁의 시작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지난 전쟁에 대한 논공행상에서부터 출발할 지도 모른다. 오직 승리를 위해 적과의 동침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잠정적인 동반자들은 이제 승리의 떡을 앞에 놓고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지루한 내분에 시달릴 지도 모른다.
새로운 전쟁의 시작은 또 패배를 승복할 수 없는 패자들의 반기로 시작할수도 있다. 아직 최종결과가 발표되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이같은 징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무선데이터사업권 경쟁에서 탈락설이 나도는 모 기업이이미 행정소송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나 사업능력 비교보다는 장외 파워게임양상으로 치달아 온 PCS부문의 후유증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이같은 후유증은 새로운 전쟁의 초반을 열어갈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대세를 주도하지는 못할 것이다.통신시장 개방과 시장진입 자유화라는 큰물결이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여는 시대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사업권 경쟁에 참여한 기업들도 대부분 이같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다.
기업들은 따라서 이번 라운드의 승패에 관계없이 이미 다음 수를 준비하고있다.
이번 통신전쟁을 치르면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확실해진 사실은 국내기업들의 정보통신사업 진출 의욕이 상상외로 크다는 점이다.
양대 재벌인 삼성과 현대가 손을 잡아 재계에 놀라움을 안겨주더니 국제전화사업을 신청한 8개 기업이 한꺼번에 통합해 버리는 사상초유의 일마저 벌어졌다.
더구나 1만5천여개의 중소기업들이 PCS사업권을 따기 위해 그랜드 컨소시엄을 결성하는 등 기업들의 통신사업권 획득 욕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따라서 기업들이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다고 해서 결코 통신사업 진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PCS사업권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가장 최선의 결과는 이번에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회사가 통신사업에 진출하는 시간이 다소 늦어지는 결과일 뿐이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통신사업을 미래의 주력사업으로 육성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업 진출의 방법으로 새로운 사업자 허가계획이 발표되거나 진입규제가 완화돼 사업이 기업의 자유의사에 맡겨질 때까지 기다릴수도 있지만 기업인수나 합병의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해 사업자선정 탈락이후에는 M&A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생각은 비단 이 회사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21세기 산업의 기간 인프라가 될 통신사업에 발을 딛여놓지 못한 기업은경쟁력에서 낙후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기업들은 통신사업 자체의수익성에 못지 않게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한 기업경쟁력 강화에 보다 더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한다. 통신대전의 끝을 알릴 정보통신부의 사업자선정결과 발표는 따라서 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과 함께 패자를 끌어안을정책적 처방도 동시에 내려져야 할 것이다.
사업자 선정 경쟁과정에서 제기된 숱한 문제들도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거대기업 출현 문제, LG의 데이콤 지분문제, 언론사의 컨소시엄 참여문제,국제전화 연합 컨소시엄의 공정거래법 위반여부 등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들과 함께 TRS사업의 주파수 대역 문제, 발신전용휴대전화의 착신기능여부, 신청업체가 없는 지역의 지역사업자 추가선정 등 하루 빨리 마무리돼야할 난제들이 산적한 실정이다.
PCS와 CT-2에 대해 사업권을 허가받은 한국통신의 자회사 설립 방법 및 일정, 한국통신이 제출한 공정경쟁계획서의 실현계획 등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숙제다.
기업들은 기업 나름대로 그동안 쌓인 앙금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삼성家와 현대家, LG家의 파워게임이 누가 제2라운드에서는 어떻게 전개될것인지도 주목거리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이 다음의 사업자 허가일정이다. 어차피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에게 조만간 통신사업 진입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는 만큼 사업자 허가 또는 자유화 일정의 공개는빠르면 빠를 수록 좋을 것이다.
때마침 정보통신부는 통신개발연구원의 「중간보고」형태로 통신사업 경쟁확대 및 신규사업도입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계획의 요점은 시내전화 사업까지 조만간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 탄생할 시내전화 사업자는 케이블TV망, 무선가입자망(WLL), 고도통신망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전통적 전화망을이용한 시내전화사업 경쟁도 정부가 나서서 막지는 않을 방침이다. 또 전국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정부가 통신업에 전면경쟁체제를 조기에 도입하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또한 97년에 한국통신, 데이콤에 이은 제3의 시외전화 사업자를 허가할 계획이나 국제전화는 더 이상 사업자를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PCS는 이번에 허가할 3개 사업자 외에 추가 사업자 허가는 98년 이후에 고려하며 CT-2도 추가허가는 당분간 지양할 생각이다. 그러나 TRS와 무선데이터는 특정 산업 및 분야별로 차별화된 서비스의 경우 산업·경제활동 지원측면에서 사업자를 추가로 허용할 방침이다.
신기술의 개발에 따른 새로운 통신서비스들도 대부분 기술추세에 따라 사업이 허가될 전망이다.
FM방송 주파수대역의 부반송파를 이용하는 FM무선호출서비스, 9백MHz대역의 무선호출서비스, CATV망을 이용한 부가통신서비스, 국제전화 콜백서비스,국제해저광케이블사업, 초고속망사업, 회선재판매사업, 인터넷전화, 위성이동통신 서비스, 쌍방향 TV, 쌍방향 무선호출, FPLMTS, 무선케이블TV 등 최근들어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통신사업들도 경우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허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들의 정보통신업 진출 기회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는 셈이다.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바늘구멍만한 진출로를 뚫기 위해 사생결단을내야했던 일도 머지 않아 옛날 얘기일 것이며 기업들은 열린 공간에서 더 나은 사업기회를 잡기 위해 한 차원 높은 머리싸움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통신전쟁 제2 라운드가 서서히 개막되고 있는 것이다.
<최상국 기자>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일지>
▲95.7.4=정통부, 개인휴대통신 등 7개 분야 통신사업자 선정계획 발표
▲7.26=통신사업 경쟁력 강화 기본정책 방향에 관한 공청회 개최
▲8.11=신규사업자 선정기준 1차시안 내용 발표
▲9.7=정통부,사업자 선정시기를 96년 상반기로 연기
▲10.20=신규사업자 선정기준 2차시안 발표. PCS 무선접속방식으로 CDMA확정. 무선호출 지역사업자 수도권에만 추가.
▲12.15=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요령 공고
▲96.3.8=이석채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 사업자 허가신청요령 수정공고.
추진기업간 그랜드 컨소시엄 유도.
▲3.15=삼성 현대, PCS장비 제조업군 연합컨소시엄 결성 발표
▲3.28=PCS 非장비 제조업군 한솔데이콤, 효성금호 연합발표
▲3.29=국제전화 참여 8개 기업 대연합 발표
▲4.15∼17=허가신청서 접수
▲4.25∼5.9=통신사업자 자격심사
▲5.23∼6.1=사업계획서 심사
▲6.3∼6.4=PCS및 TRS전국사업자 청문심사
▲6월 중순경=최종발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