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신규통신사업권 경쟁..PCS

이번 통신사업권 경쟁의 핵심인 개인휴대통신(PCS)사업의 향배는 이제 컴퓨터에 달렸다.

사업권 심사의 마지막 단계인 청문심사가 모두 마무리된 현재, PCS사업 신청업체들은 자기의 점수를 스스로 채점해보며 다음 주말로 예정된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긴장속에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당초 사업자 선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던 「기업의도덕성」항목과 「청문」의 배점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방에 대한비방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4일 PCS분야 청문회에 참석했던 5개 신청법인의 대표자들은 대부분 『최선을 다했으므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면서 1년 가깝게 진행된 치열한 경쟁에 나름대로 만족감을 표시,사업권 경쟁이 예상외로 깔끔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群별 사업자 선정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 PCS 부문의 사업권 경쟁은 기업의 21세기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계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의사활을 건 총력전의 상황으로 전개됐다.

특히 삼성·현대·LG등 국내 3대 거대그룹이 총출동한 통신장비 제조업체群의 경쟁은 재벌의 자존심이라는 측면이 가세되면서 경쟁업체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얼룩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한 삼성과 현대라는 재계 1.2위 재벌이 사상 처음으로 연합을 성사시켜「비지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경구를 실감케 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군에서 전개된 LG그룹(LG텔레콤)과 삼성-현대그룹 연합(에버넷)간의 사업권 경쟁은 기술력과 자본력간의 싸움으로 결판날 것으로보는 시각이 우세한다.

CDMA분야에 앞서있다고 자부하는 LG텔레콤과 재벌그룹간의 연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에버넷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어느쪽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사업권의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본심사와 청문심사를 끝낸 심사위원들 역시 양 법인간의 점수차가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재벌이 뭉친 에버넷은 막강한 화력을 가졌다는점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수조원의 투자가 예상되는 대형사업에 필요한 것은 소총이 아니라 미사일이라는 것이 에버넷의 주장이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 전부터 양그룹은 「세계 시장에서 일등을 해본 경험을 가진 두개 그룹이 모였다」면서 기선을 제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PCS의 기반기술인 CDMA시스템 및 단말기 개발에 삼성과 현대가 모두 참여했고 이미 러시아 등지에 시스템을 수출한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경쟁사인 LG텔레콤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기술력이다. 특히 LG는이번에 선정되는 PCS사업자가 CDMA방식 기술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한 CDMA부문에서 경쟁자인 삼성-현대연합보다 한수 위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의 PCS운영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사와 2억5천만달러 상당의CDMA방식 PCS시스템 및 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무선통신의 본고장인 미국에 현지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빅3가 맞붙는 장비군과는 달리 통신장비 비제조업체군의 사업권 경쟁은 뚜렷한 이슈가 없이 밋밋하게 진행된 편이다.다만 기업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한 사항들이 간간히 문제로 부각됐을 정도다.

PCS부문 기업연합의 대미를 장식한 한솔그룹과 데이콤간 연합으로 탄생한한솔PCS가 가장 내세우는 분야는 통신사업 운용능력이다.

데이터통신.국제전화.시외전화 등에서 폭넓은 통신서비스 운영 경험을 보유한 데이콤을 전력주주로 전격 영입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했다고 자체 평가를내리고 있다.

여기에 교환기 전문업체인 한화전자정보통신.삼보정보통신.내외반도체.미래통신.KNC 등 90개에 달하는 정보통신 전문업체가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을강조하고 있다.

글로텔은 양대주주인 금호와 효성그룹이 그동안 쌓아온 정보통신분야의 기술력과 교환기 생산업체인 대우통신의 합류가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특히 대기업 주도 컨소시엄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5백10개사의 중소기업을 영입, 중소.중견기업의 육성이라는 명분을 축적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PCS사업에 위성통신의 개념을 접목한 PCSS(개인휴대 위성통신서비스)라는 개념을 도입, 서비스 대상 지역을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집결체인 그린텔은 전문경영인 출신의 사장이 경영의 전권을행사하는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을 홍보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1만4천2백95사에 이르는 매머드급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 중소기업육성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정부측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5일 여의도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실력보다는 세과시에치중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그러나 PCS라는 20세기 마지막 황금 산업을 둘러싼 재계의 피나는 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는 1년여간 계속된 싸움속에 돌출된 기업간의 상채기를 봉합하고 통신사업의 본격적인 경쟁 시대에 발생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