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18)

해리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연다.

『누가 문을 노크하는 것 같은데요?』

『뭐? 이 시간에? 누군지 보게나. 옆집 놈이면 그냥 꺼지라고 하고.』해리스는 잠시후 돌아온다.

『여잔데요? 사리를 입고 있습니다.』

『제기랄! 해리스, 지금 나한테 그 얘길 하러 온 거야? 우린 시스템에서놈을 잃어버렸어. 쥐새끼같이 빠져나갔다구. 이 상황에서 어떤 여자가 무슨옷을 입고 있다고 얘기하러 왔는가?』

『아래층에서 사는 무단거주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은 모르겠는데 이상한 물건이 든 튜브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안 산다고 그래. 잡상인 출입금지 사인도 안 보이나? 눈이 있으면 좀 보라고 그래!』

『네, 그런데 그게 우리 것이라고 합니다.』

『뭐? 틀림없이 재생업자는 아니지? 뭘 팔아먹겠다고 하는 건 아니냐구?』『잘 모르겠습니다. 아래층에서 그 메인프레임을 가동하는 사람들인데. 그여자 말로는 메인프레임을 채우는 중에 폭발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무슨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한번 만나보도록 하지. 혹시 또 모르니까.』두 남자는 문 앞으로 다가가 복도를 내다본다.

『아까 사리를 입고 있다고 한 줄 알았는데?』

채드위크가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조금 전만 해도 여기 있었습니다. 정말 이상하네?!』젊은 일본 남자가 어두운 곳에서 튀어나온다.

『어쩌면 관심이 있으실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남자는 빛이 나는 무언가가 들어 있는 튜브를 내민다.

『그런데 댁은 뉘시죠?』

남자의 당당한 태도에 주의하며 채드위크가 묻는다.

『그리고 거기 가지고 계신 것은 뭡니까?』

투명 플라스틱 튜브에는 쭈글쭈글한 은녹색 물체가 잿더미 속에 놓여 있다. 빅터다.

『팩스 전송이 안된 것 같습니다.』

그 일본인이 몸을 숙여 절한다.

『다시 보내도록 하시죠.』

그러더니 가상 칼을 꺼내 오른손에 쥔다.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가보(家寶)인 미쓰비시 무네마사다.

『들어가도 될까요?』

예의바르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