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가까운 기간동안 재계를 온통 들썩이게 만들었던 신규통신사업권 경쟁이 마무리됐다.
이제 27개에 이르는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으로 그간 독점 내지는 과점형태로 유지돼온 국내 통신 시장은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맞게될 전망이다.
이번 신규 사업자 선정은 사실상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시장 구조의 대변혁을 가져올 혁명적인 조치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이번 신규통신사업자 허가가 정부가 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통신사업 구조조정 작업의 결정판인 셈이다.
이번 신규사업자 선정으로 국내의 기간통신사업자는 현재의 15개에서 43개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숫자의 사업자를 무더기로 선정한 정부의 뜻은 98년으로 예상되는 대외 개방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개방이전에 국내 사업자들에게 경쟁 상황을 경험케 함으로써 외국업체와의 경쟁할 수 있는 실력과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다소간의 비판을 무릅쓰고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기업에게까지 PCS라는 대형 통신사업권을 허가키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에 따라 PCS사업권을 획득한 LG그룹 같은 경우,통신장비 제조업과 통신서비스업을 겸업할 수 있게 됨을써 새로운 통신 전문 거대 그룹으로 부상할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이번 통신사업 구조조정 조치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집중적으로 사업자를 허가한 PCS등 무선통신서비스 분야이다.
무선통신 분야는 PCS 3개사업자를 비롯해 무선데이터통신 3개,CT-2 부문에11개(한국통신 포함),TRS 7개, 무선호출 1개 등 총 25개에 이른다.
기존 2개 이동전화 사업자와 10개 무선호출 사업자,한국TRS등 13개 사업자를 포함해 총 38개의 무선통신사업자가 사상 유례없는 경쟁을 벌이게 되는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사업자 선정 목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신사업권 경쟁은 업계의 정도를 넘어서는 과열 경쟁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최대 이권 사업인 PCS분야나 경쟁이 치열했던 전국 TRS,무선데이터통신 분야에서는 일부 업체들이 경쟁 기간 내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으로 일관,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보였다.
특히 본심사·청문심사 등 심사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까지도 갖가지 악성루머가 난무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당국인 정보통신부 역시 선정 기준을 변경하는 등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통신사업자 허가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이번 주말로 예정됐던 사업자 발표가 4~5일이나 앞당겨진 것도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사업자 선정 결과를 불과 3일정도 앞두고 시내전화 부문의 경쟁을 도입하고 시외전화 제3사업자를 신규 허가하는 내용의 「통신사업 경쟁확대 및 신규사업 도입 계획」을 부랴부랴 발표한 것 역시 발표 이후에 불거질지도 모르는 불의의 사태를 사전에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일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석채장관이 굳이 『PCS 선정 법인에 대해서는 데이콤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지배 시도를 포기하고 보유주식 지분도 1년이내에 5% 이하로 낮추도록 허가 조건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그간 정부를 괴롭혔던 LG그룹의 데이콤 지분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만으로 국내 통신서비스가 경쟁력을 확보할것으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사업자 허가 과정보다 허가 이후에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관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쟁과정에서 생겨난 상채기를 서둘러 봉합하는 일이다.이와 함께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맞아 각 사업자간의 공정 경쟁 여건을 마련,경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도 사업자 선정 작업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