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그릇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 귀를 간지럽히는 깃털처럼 부드러운천둥과 무(無)가 굴러가는 것을 느낀다. 호박(琥珀) 속의 꿈같은, 이 지구에존재하는 모든 감정이 색의 파동으로 부활한다. 간간이 소리들이 들린다. 먼옛날 생명의 창 위로 펄럭이는 디지털식 레이스 커튼 같은 지난 세기의 무선대화, 드럼과 성난 트럼펫의 울림, 히틀러의 뉴렘버그 연설에 뒤이어 향기로운 손수건 너머 속삭이는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의 감미로운 음성.
수만겹의 목소리와 음악, 그리고 끝없이 나오는 데이터와 이미지가 상상이라는 배불뚝이 스토브의 열기처럼 뿜어나온다.
미완성 교향곡이 쓰레기통에서 헤엄쳐 나온다. 잘못 걸린 전화와 배달음식주문. 정열의 전화신호음과 절망의 착신전화, 화나서 찰칵 하고 놓는 전화,기억전선을 따라가는 길고 은밀한 산책, 드림타임 원주민의 음성사서함 등.
이 모든 것이 큰 우표를 부치고 우주를 항해하는 이 봉투 안에 들어 있다.
논에서 일하는 천사들은 괭이에 손을 짚고 기대서서 그가 지나가는 것을바라보고, 강둑에서 장난치던 악마들은 덤불 속에 뛰어들어 몸을 숨긴다. 음매 하며 우는 소떼가 황톳길을 지나가고 비둘기들은 질경이 그늘에서 구구거린다.
고비는 끝이 보이지 않는 항해중이다. 무(無)의 끝에서 불꺼지고 문 닫힌사토리시의 첨탑이 보일 때까지 서쪽으로, 서쪽으로 돈다. 텅빈 대로와 부식된 신호등, 끝없이 펼쳐진 데이터뱅크, 메모리-마즈다와 사이버-크라이슬러, 터치스크린-도요타 같은 정보 톨게이트에 버려진 패킷이 보인다.
죽음의 공원의 타는 듯한 원자폭발이 느껴진다. 망망한 우주에서 거의 헛발을 디딜 뻔한다.
아직도 고비는 어딘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 저 멀리, 그렇다고 그렇게 멀지는 않은 곳에서 약한 시그널이 방송되고 있다.
『불모의 땅 넷에프엠에서 방송하는 킹 알폰소 아세리오소입니다. 아직도우리에게 귀를 기울여 주시는 여러분, 우리는 이제 곧 막을 내리게 될 겁니다. 어쩌면 이 마지막 세트를 보내드리자마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죠? 가상타운에서 온 마지막 뉴스입니다. 11, 12, 18, 19 섹터도 단절되었답니다. 안됐지만 할 수 없는 거죠. 하여튼어디로 가시든 행복하시기 기원합니다.
또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말씀드리는 저 자신도 좀 꺼림칙하지만, 고산지대에서 내려오는 로랭이 더 많이 목격되고 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