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산 방송장비 예외수입 해결돼야

정부는 지난 91년 대일 무역역조 개선과 고부가가치 제품인 방송장비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방송용 카메라와 VCR를 수입선 다변화 품목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대우전자·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의 생산하고있는 방송장비의 국산화율은 여전히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방송장비 국산화율이 저조한 것은 방송장비 개발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돼 제조업체들이 부품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국내 방송장비시장의 협소로 말미암아 제품 개발보다는 조립·판매에 치중하고 있기때문이다. 이와 함께 방송장비 구매자들이 제품의 신뢰도를 문제삼아 국산화율이 높은 제품을 기피하는 현상도 방송장비 국산화 추진을 저해하는 요소로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4년말 이같은 이유 등으로 방송장비 구매자들의 수입선 다변화 해제요구가 거세지자 방송장비 예외수입을 인정하고 그 대상처를 지상파·케이블TV·지역민방 등으로 분류해 차별화된 정책를 펴 왔다.

지상파방송에는 총 소요량의 10%를, 지역민방에는 50%를, 그리고 케이블TV는 1백% 국산 방송장비 사용을 원칙으로 정하고 최소물량만 호환성확보를 위해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그동안 수입선 다변화 조치에 대한 예외 인정이 구체적인 근거없이폭넓게 적용되어 이같은 조치가 사실상 성과를 거두는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산 방송장비의 예외 수입 운영과 관련하여 정부의 정책은 이제까지 일관성이 결여돼 왔다. 앞으로도 그럴 여지가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상파방송에 적용됐던 10% 국산 방송장비 사용원칙은 『9대를 구입할 경우에는 국산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우스갯거리로 전락했으며 케이블TV에 적용됐던 원칙은 시작부터 케이블TV 뉴스채널 등에 의해 무너졌다.

케이블TV 업계는 이같은 정부의 예외 수입 운영정책을 「힘있는 자에게는아량을, 힘없는 자에게는 예외를 불허한다」는 이중잣대라고까지 혹평하고있다

이에 따라 최근 방송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일본산 장비를 선호하고 있는상황에서 방송장비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려운형편이라며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전향적인 제도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입선 다변화란 규제가방송프로그램의 국제화라는 대명제를 거슬러서는 안된다. 더 이상 국산 방송장비의 보호나 대일 무역적자 해소 차원에서 일본산 방송기기 수입을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입선 다변화 조치의 수혜를 입었던 국산장비업체들조차 요즘 『일관성 있는 정책이 요망된다』며 규제를 강력히 주장했던 예전에 비해 목소리가 한층 낮아진 실정이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방송법 개정 이후 우리나라도 다매체·다채널시대를맞아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인터넷이나 주문형비디오(VOD) 등 뉴미디어가 서로 경합하는 본격적인 영상미디어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아 『방송장비만큼은 국산을 애국적 관점에서 사용하라』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약하다.

프로그램의 국제화로 상징되는 영상산업시대에서 우수 프로그램의 수출은일본산 장비수입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일본의 첨단 방송기술을기피대상으로 여길 게 아니라 이를 적극 활용하여 국내 영상산업의 세계화를이끌어낼 시점이다.

영상산업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고 있는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제도를 통해 그 활로를 봉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시행 5년째를 맞아 이제 방송장비의 수입선 다변화 조치는 어떤 형태로든지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도출해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