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려 27개에 이르는 신규통신사업자를 무더기로 선정한 것은 국내통신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만으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업자 선정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단추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경쟁력」이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할 난관이 수없이 많다는 뜻이다.
이미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까지 급팽창할 것으로예상되는 국내 통신장비 시장을 겨냥해 파상적인 개방압력을 가해오고 있서통신 업계는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이석채 정보통신부 장관이 통신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굳이 「장비와 인력 부문의 수급 대책」을 언급한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않다.
우선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장비 시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미국의 경우 벌써 한국통신의 조달분야 뿐만 아니라 민간 사업자의 조달 시장에까지 시장 개방의 폭을 넓히라는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허가된 신규사업자용 장비 수요는 올해부터 2000년까지 시스템과단말기를 포함,약 5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문에 통신사업자보다 통신장비 제조업체가 재미를 볼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 국내 조달이 가능한 지는 불투명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투자 규모가 큰 개인휴대통신(PCS)와 발신전용휴대전화(CT-2) 분야의 장비 기술 수준이 상당히 확보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자당 1조원에 가까운 시설 투자가 예상되는 PCS시스템의 경우에는 이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로 기술 기준을 제한,국내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의 입지를 넓혀 놓았다.
반면 주파수공용통신(TRS)과 무선데이터 등의 분야에서는 외국 업체와의기술 제휴나 해외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정통부는 총 장비 수요의 70%(3조5천억원) 정도는 국내 조달이가능할 것이라는 다소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인력 확보 문제도 장비 분야 못지 않게 까다로운 부분이다.
신규통신사업자들이 사업 개시를 위해 97년 말까지 필요한 기술인력은 약2천7백여명으로 추산되는 데 비해 신규 사업자들이 확보한 인력은 1천5백여명에 불과하다.당장 1천명이 넘는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정부나 신규사업자들은 각종 교육시설을 통해 무리없이 인력을 확보할 수있다는 기대하고 있으나 통신사업 관련 연구 개발인력이나 운용 인력이 단기간내에 육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장비와 인력 확보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쟁체제에 따르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는 준비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점 또는 2~3개 사업자간 과점 체제만을 겪어본 경험으로 완전 경쟁에 가까운 환경을 소화시키는 데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올해 초 2개사간 경쟁이 시작된 시외전화와 이동전화 분야에 수개월이 넘도록 공정 경쟁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려 40개가 넘는 통신사업자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면서 발생하는 각종분쟁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무엇보다시급한 상황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