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타치제작소가 액정표시장치(LCD) 새 제조라인에 채용하려는 유리기판의 크기가 관련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히타치는 지바縣에 건설중인 새 공장에서 65㎝83㎝인 초대형 유리기판을사용한다.
설비투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일본 LCD업계의 유리기판 규격표준화추진에도 불구하고 히타치는 PC용 LCD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히타치가 사용하는 초대형 유리기판은 신문을 펼친 것보다 조금 큰 크기이다. 이만한 크기에 두께가 0.7㎜로 얇은 유리는 상당한 휨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그 위에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형성하는 기술은 현재 최고기술을 요하는 55㎝65㎝ 유리기판을 이용한 LCD제작보다도 더 어렵다.
히타치의 이같은 결정은 일본내 LCD업계에 상당한 파문을 몰고 왔다. 히타치가 초대형 유리기판을 채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4월, 샤프와 도시바·마쓰시타 등 12개 LCD제조업체들은 사용하는 유리기판 규격을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전자공업회가 중심이 돼 표준으로 정한 55㎝65㎝, 37㎝47㎝ 등의 유리기판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 12사에 포함돼 있던 히타치가 표준보다 큰 기판을 사용한다는결정을 내림으로써 합의가 무색해졌다.
히타치가 채용하는 초대형 기판은 표준규격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일본 LCD업계가 사용하는 유리기판의 크기를 통일하려는 것은 설비부담을 줄여 채산성을 높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공통규격의 유리기판을 사용할 경우 장비제조업체의 생산성이 증대되고 이에 따라 보다 싼값에 제조장비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은 장비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표준화는 설비투자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LCD업체와 장비업체 모두에이로운 것이다.
그러나 LCD의 경우 기판의 크기가 반도체산업 이상으로 기업전략에 직결되고 있다. 때문에 표준화하자는 데 의견통일은 이루었으나 실제로는 보조가 잘 맞지 않는 실정이다.
히타치의 경우에도 기업전략에 따라 규격화에 역행하는 규격의 유리기판사용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10∼12인치형이 사용되는 노트북 PC용 LCD시장에 늦게 진출한 히타치는 13∼17인치형을 채용하는 데스크톱 PC용 모니터시장에서 어떻게 해서든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
65㎝83㎝ 유리기판에서는 모니터용 LCD를 4장 생산할 수 있지만 표준규격인 55㎝65㎝로는 2장밖에 나오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초대형 유리기판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EC는 『65㎝83㎝로도 20인치 LCD 4장은 만들 수 없다. 만일 CRT시장을 겨냥한다면 20인치형을 겨냥하라』는 말로 표준화 이탈을지적하고 있다.
「데스크톱용 모니터시장을 겨냥한 크기를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가 각사가 도입하는 기판의 크기를 다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 도시바 및 샤프도현 라인의 수율을 향상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율향상은 한장의유리기판에서 몇개의 LCD를 생산할 수 있는가로 결정된다. 따라서 규격이상의 초대형 기판 도입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차세대 기판규격 통일은 백지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황에서 히타치를 제외한 업체들이 65㎝83㎝ 이외의 사이즈로 표준화를 결정하면 히타치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장비제조업체들의히타치에 대한 협력열의도 달라지게 돼 그만큼 히타치가 부담을 지게 된다.
그러나 결과야 어떻게 나타나든 금년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니터시장을 겨냥한 각 LCD업체의 움직임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작된 업체들 사이의 힘겨루기는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박주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