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균형있는 정보통신 기반 구축을

정보통신산업의 판도를 새롭게 변화시킬 정보화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다.

정보의 바다로 비유되는 인터넷 보급 확산,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등장, 통신시장의 전면적인 개방 등 정보통신 분야의 쟁점사안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21세기 개막을 앞두고 있는 지금 누가 정보통신 분야에서 기선을 잡느냐가 바로 국가경쟁력·기업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들어 선진국들은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장세를 형성할 정보통신산업 분야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보고속도로를 근간으로 대대적인 초고속 정보통신기반 구축에나서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정보통신 분야의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도 이에 맞서 나름대로 자국 정보통신산업의 세력을 키우는 데 국가적인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세기 안에 전개될 다양한 정보통신 서비스의 출현과 자유로운시장형성 등 치열한 경쟁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이 분야에서기술 우위를 지키고 있는 국가나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경쟁시대를 선도한다고 할 수는 없다. 정보통신산업 분야에서 사상 유례없는 혼돈의 시대가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지닌 국가와 기업만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것은 자명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사회정보화 촉진계획」은 국내 정보통신산업을보다 견실하게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2000년까지 무려 10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투입해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조기에 구축, 경쟁기반을 확충한다는 이 계획의 大綱이다. 정보화 촉진을 위한 10대 과제를 선정해 교육정보화·지역정보화·환경정보화 등 다방면에서 국가사회 정보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마련한 것도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사회 정보화를 주도할 정보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몇몇 구호적인 정책추진 방안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력 있는 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 전분야에 걸쳐공감대를 형성하고 균형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을구축하고 정보화 촉진을 위한 과제를 선정, 추진한다고 해서 국가·사회 정보화를 촉진한다고 볼 수 없다. 이같은 초고속망을 통해 국민 누구나 다양한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다면정부의 정보화 추진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부차원에서 선진국에 비해크게 낙후된 국내 데이터베이스나 소프트웨어산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마다수백억원의 개발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효율성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해당 프로젝트별로 수십억원의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긴급 수혈식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제도 개선이나 여건마련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최근들어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인터넷 열풍도 이를 통해 과연 사회각층에서 어떤 유익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럽다. 민간기업도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통신서비스등 이권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정보통신 기반구축을 위한 균형적인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개방화시대에서 다양한 정보통신 서비스의 보급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친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도·농간 정보 격차, 왜곡된 시장구조,선진 정보통신 서비스의 무분별한 유입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정보통신 기반구축에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정보통신 분야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일도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