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회색 거미집이 길을 가로질러 걸려 있다. 고무마스크가 걸려 있는것처럼 보인다. 찌푸린 얼굴에 축 늘어진 볼, 그리고 쫙 벌린 입.
『에이그!』
트레보르가 인상쓴다.
『내 눈에는 쭈그러진 머리같이 보이는데?』
『저들은 인간 스크린세이버(Human Screensaver)야.』『뭐라구!』
『사실은 산행객 한 패에서 남은 거라곤 저게 전부인 것 같아. 며칠 전에여기서 봤었는데 안보이는 걸 보면 아마 길을 잃었나봐.』
『무슨 소릴 하는 거니?』
트레보르가 공포에 질려 묻는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됐다는 거지?』
『네가 새로 왔을 거라고 짐작했었어. 다른 섹터에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흘러들어오고 있어. 하여튼 네 질문에 대답하자면, 그 일이 일어난 후로단절 말이야 고지대에서 내려오고 있어.』
『뭐가 내려오고 있는데?』
트레보르가 얼빠진 표정으로 묻는다.
『로랭 말이야. 걸어다니는 돌연변이들이지. 저들이 여기로 이사를 오고있어.』
멀리서 들리는 포효가 모든 것을 삼킨다. 지평선의 빛이 산을 때리는 거대한 수직의 전파를 발산하며 영사기처럼 번쩍인다. 절벽 위의 돌들이 질주해내려와 바닥도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떨어진다.
셔파는 얼어붙은 동상처럼 서있다. 그녀의 눈은 지평선 위의 한 지점에 고정돼 있다.
『맙소사, 이번엔 칸첸중가산 차례로군. 온 세상이 없어지고 있어. 이제정말 얼마 안 남았다구.』
셔파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길에 있는 거미집을 치운다. 트레보르는 혐오감을 잊어버리려는 듯 산행객들의 잔해를 재빨리 지나간다.
『정말 끔찍해. 이제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디에 갈 수 있는 걸까?』
『이 섹터 전부 곧 사라질 거야. 저기도 방금 그렇게 됐거든.』셔파는 칸첸중가가 있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킨다.
『그래픽이 전부 산산조각 나고 있잖아. 우리한테 남아 있는 유일한 찬스라고는 저쪽으로 건너가는 거야. 저기 보이지?』
트레보르는 눈썹 위에 손을 얹어 빛을 가린다. 산과 산 뒤에서 만년설처럼빛나는 거품방울이 보인다.
『저기가 게임타임의 경계인가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