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23)

『그래, 거기만 넘어가면 가상도시로 내려갈 수 있어. 물론 거기에 뭐라도남아 있다면 말이야. 이건 아마 여기뿐 아니라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을 거야.』

『무슨 뜻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니?』

『그, 글쎄.』

운동화를 내려다보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트레보르가 답한다.

『몇 살이니?』

『곧 열한살이 될 거야.』

『진실을 알아도 될 나이로구나. 이건 게임이나 장난이 아냐. 이건 마치엔드타임(endtime)과 같다구. 네가 여기 있는 걸 부모님도 아시니?』

그가 고개를 흔든다.

『틀림없이 알고 계실 거야.』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실 거야. 나도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걸?』『그러지 말고, 트레보르, 조금 더 가면 공중전화가 있으니까 메시지라도남길래? 불모의 땅에 교환기가 있는데 어쩌면 아직까지 온라인되어 있을지도몰라. 네 메시지를 게시판을 통해서 넘겨줄 거야. 나도 그렇게 해서 언니한테 메시지를 전했거든.』

둘은 잠시 침묵 속에 걷는다.

『난 꿈을 꾸고 있는 걸 거야. 언젠가 열이 심했을 때도 이런 꿈을 꾼 적이 있거든.』

『넌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냐.』

『하지만 내 몸은 저쪽에 있잖아. 여기는 내 영혼만 걷고 있는 거라구.』『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악몽이 뭔지는 알아. 바로 이거야. 그런데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여기 와 본 적이 있거든.』

『산행하러?』

『맙소사, 아니.』

셔파가 답한다.

『난 여기 표본채집하러 와.』

『무슨 표본?』

『여기 자라는 풀이나 나무들.』

『그런 걸 채집해서 뭐하려고?』

『의료에 쓰려고.』

셔파는 자랑스러운 듯 가방을 손으로 두들긴다.

『벌써 꽤 많이 모았어. 예를 들어서 바얄로나무 열매 같은 건 암을 치료할 수 있거든.』

『잠깐. 그런데 아무것도 실제가 아니잖아? 모두 가상에서 나온 건데 실제세상에서 무슨 소용이 있지?』

『난 게임타임의 고지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의 DNA 알고리듬에 관심이 있어. 가상 바이오테크라는 걸 한번도 못 들어봤나 보지?』

그가 고개를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