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들이 최근 실시하고 있는 가전제품 광고가 제품의 실제 성능이나효과보다도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는 보도다.
냉장고의 경우 TV나 카탈로그에 특수효과를 동원해 냉기가 실제보다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처럼 처리하고 있으며 세탁기의 경우 봉(빨래손)의 성능을 부풀리고 또 세탁조 위로 물이 넘쳐 떨어지는 것을 폭포나 물방망이 등으로 표현, 세탁 성능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과장광고는 국민들에게 여과 과정없이 전달되는 대중매체인 TV를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선택하는 데 관건이 되는 핵심기능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닌 것 같다.
특히 최근들어 이같은 광고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몇가지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선 광고 주체가 가전3사이며 또 대상품이 냉장고나 세탁기 등 생활필수품이라는 점이다.
가전3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벌 기업으로서 그 영향력은 막대하다.
따라서 가전3사는 기업 활동으로 인한 영리추구에 앞서 사회적 책임과 공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가전3사의 행태를 보면 이같은 점을 발견하기어렵다.
더욱이 냉장고나 세탁기는 가정에 없어서는 안되는 품목으로 과대 광고로인한 피해는 선의의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은 복잡한 제품 기능을 꼼꼼히 따져 보기가 어려워 대부분 광고에 의존해 제품을 선택한다. 과대광고는 이처럼 광고를 믿고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에게 기만과 불신을 안겨준다. 그것은 소비자들에게 특정 제품은 물론,기업체 또는 국내 전 가전업체들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이제 유통시장이 개방돼 외산 제품이 물밀 듯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제품이나 국내 기업체가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곧 그 기업이나 산업이 존립기반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이번 광고는 또 정부의 소홀한 단속을 틈타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 과장또는 허위 광고를 지속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젠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업체들의 과장 광고는 끊임없이 저질러져 왔으며 그때마다 정부도 단호하게 대처해 왔다. 그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이고 또 일단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일일이 구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광고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어느 선까지가 「과장」이냐 하는 미묘하고도 어려운 문제로 귀착될 수 있다.
가전업체들은 이같은 광고에 대해 「시각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광고가 실제보다 과장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가전업계 전체는 아닐지라도 업체들이 이같은 발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광고를 과장해야 한다면 눈으로 보는 매체, TV는 물론이고 신문·잡지·카탈로그·팸플릿 등 거의 모든 광고가 과장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활용, 메시지를 전달하는 TV처럼 표현하거나 전달하기 쉬운 시청각 매체로 과장하지 않고는 표현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광고기법 부조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내 가전산업은 벌써 장년으로 접어들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일본에 이어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국내 가전업체들은 전보다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성숙기를 맞아 경쟁이 치열하고 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제품이 눈에 쉽게 띄지 않을수록 편법을 동원하는 것보다 正道를 걷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나 소비자단체들이 나서서 과장광고 단속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특정기업을 비난하거나 정부가 강제력을 동원해 규제를 하기에 앞서 기업체 스스로가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 깨끗하고 공정한 경쟁 풍토 속에서 기술이 싹트고 경쟁력이 배양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되새겨봐야 할 때다.